대형건설사, 주택 수주잔고 70% 이상이 도시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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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공급 확대를 내세우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재건축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정책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의 윤곽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대형 건설사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속도를 높여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서울 노후 도심에 관해 "재건축·재개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며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를 완화하면 사업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개발부담금이 완화하면 그동안 부담금 때문에 미루거나 포기했던 사업들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며 "(개발부담금 부과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던 2017~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개발사업 인가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규제 완화의 전제로 '공공성 강화 원칙'이 달린 만큼 재초환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재건축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것은 사회 공공을 위해 환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대 절반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부활했으나 아직 환수한 사례는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는 단지는 전국 68곳이다. 서울에만 31곳이다. 조합원 1인당 평균 부과액은 약 1억원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에는 4억5000만원에 이르는 단지도 있다.
용적률을 상향하더라도 공공성 강화 원칙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공공임대 비율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건설사의 사업성은 떨어지게 된다.
아직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구체화하지 않았다 보니 도시정비사업이 주택 수주잔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형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분기에만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5곳 건설사가 1조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쌓았다. 특히 삼성물산은 4개월 만에 연간 최고 수주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서울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수주 경쟁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최근 입찰 경쟁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에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사업비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에서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가 뛰어들었다. 조합이 추산한 총 공사비는 6778억원이다.
LS증권은 "현재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 부문 수주잔고는 70% 이상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며 "신규 택지가 없어도 향후 2~3년 이상 분양 매출이 가시화할 수 있는 구조며, 시장 회복 전환기에는 빠르게 분양 공급을 대응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된다"고 분석했다.
대형 건설사의 주가는 이 대통령 당선일인 6월 4일 기준으로 모두 상승했다. 연초부터 국내외 건설 투자 확대 전망과 원전 수주 기대감이 겹치며 주가가 오르고 있다. 10일 기준 연초대비 ▲현대건설 184% ▲DL이앤씨 56% ▲삼성물산 45% ▲대우건설 44% ▲GS건설 38% 상승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의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매매 이유가 '거주냐 투자냐' 등으로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며 "재초환 유지, 공공임대 비율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줄어들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