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M자산운용 등 27개 매장 계약 해지…이자 부담에 '발등에 불'
리테일 점포 단일 임차인 리스크 부각…투자 기피 현상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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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대량 계약 해지 통보로 점포 폐점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임대인들의 발길이 이마트로 향하고 있다. 당장 약속된 임대료 수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임대인들은 새로운 임차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를 대안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관찰된다.
지난 29일 홈플러스는 임대료 및 계약조건 조정 협상을 진행했던 68개 매장 중 41개 매장과 계약조건 조정 합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법원이 정한 계약 이행 여부 답변 시한인 지난달 15일과 31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27개 점포에 대해서는 결국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지난 5일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한 27개 점포 중 7개 정도에서는 추가적인 임대료·계약조건 조정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폐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둔 건물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점포 매입 당시 60~70%를 대출로 조달한 경우가 많아 이자 부담이 급부상한 까닭이다. 보증금으로 받은 자금이 일부 있더라도 향후 자체 자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재정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을 다수 보유한 MDM그룹 계열 MDM자산운용이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가 보유한 13개 홈플러스 매장이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점포는 가양, 시흥, 일산, 계산, 원천, 안산고잔, 천안, 장림, 동촌, 울산부곡, 울산남구, 대전문화, 전주완산점 등이다.
이외에도 이지스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도 아직 홈플러스와의 임대료 조정을 마치지 못한 점포를 상당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리츠(REITs)나 공모펀드 형태로 자산을 운용 중인 운용사들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합의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DSCR(Debt Service Coverage Ratio, 부채상환비율)이 1배 이하로 떨어지면 창출되는 현금흐름으로 이자를 낼 수가 없다. 이에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 금융기관에서는 이자를 대신 충당하라고 요구하지만 자금력을 고려할 때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운용업계는 홈플러스를 대신할 임차인 유치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사업 효율화를 통해 지난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마트'가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59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8.2% 급증했다.
한 운용업계 고위 임원은 "최근 일부 운용사에서 이마트 측에 홈플러스 대신 입점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마트가 사업 정리를 많이 했지만 입지가 좋은 곳으로는 신규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 같다"고 전했다.
MDM그룹 같은 시행사나 일부 건설사들은 홈플러스 점포 부지를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분양 시장 침체를 고려할 때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 역시 신규 임차인 확보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는 이자를 부담하며 '버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점포 개발을 여러 차례 검토해봤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현재 부동산 업황을 고려할 때 개발 사업에 진전이 없는 곳이라면 차라리 이자를 지급하며 업황 개선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 신규 임차인을 구할 수 있다면 임대료 수익을 얻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마트 등이 신규 임차인으로 입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홈플러스 점포 중 상당수가 수익성이 저조해 이마트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양점, 일산점, 천안점 등은 이미 인근에 이마트가 운영 중인 지역으로 중복 출점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점포와 같은 리테일 부동산은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운용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외에는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리테일 점포의 단일 임차인 리스크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리테일 점포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이 뚜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