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정답' 없다...중요한 건 금융사고 예방, 장기 플랜 필요"
입력 2025.06.13 07:00
    송지호 광장 변호사 인터뷰
    증권·보험 확대 적용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 논의 활성화
    다만 '형식'보단 내부통제 강화 실효성에 초점 맞춰야
    "책무구조도 제재 기준, 사례 통해 정립될 것"
    금융사고 예방 효과 없다?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책무구조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결국 얼마나 실효성 있게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느냐입니다. 감독당국의 요구를 단순히 형식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각 회사에 맞는 지배구조를 고민하고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의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잡으며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책무구조도' 제도는 이러한 금융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내에서 경영진과 임원들의 역할, 권한, 책임 범위를 구조화해 문서화한 것으로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해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전체 은행·금융회사에 책무구조도 제도를 도입했다. 오는 7월 3일부터는 자산 5조원 이상이거나 운용재산이 20조원 이상인 대형 금융투자사,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보험사에도 책무구조도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권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감원이 사전에 실시한 컨설팅 결과와 가이드라인을 두고 "당국의 기준을 따르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다만 송지호 광장 변호사는 책무구조도에 대한 지나친 경직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결국 금융사들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관리체제를 갖추냐는 것"이라며 "각 회사들이 형식적 요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지호 변호사는 지난 2012년 금융감독원에 입사해 12년 동안 은행, 증권 등 다양한 금융규제 영역에서 실무경력을 쌓아 왔다.

    • 송지호 광장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
      송지호 광장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제공)

      책무구조도 확대 앞두고 현장 혼선…"정답 아닌 실효성이 중요"

      오는 7월 책무구조도 확대 적용을 앞둔 증권업계와 보험업계는 특히 술렁이고 있다. 앞서 은행 및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과 달리, 증권·보험업계에서는 다수의 미비점이 지적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금감원이 강조하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은 하부에 위임할 수 없다'는 원칙이 현실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칙적으로는 상위 임원이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사나 보험사의 경우 실질적인 권한과 업무를 수행하는 임원이 하위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송 변호사는 "은행 업무는 여신 중심의 단순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통일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라며 "반면 증권과 보험업은 특수성과 전문성이 높은 분야로, 종사자 개개인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 다양한 지배구조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감원이 제시하는 방향과 금융사들의 실제 지배구조 간 괴리가 있다 보니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에 대한 금융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지적을 문구 중심으로 받아들여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다.

      다만 송 변호사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사들이 일부 문구나 형식에만 집착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형식적으로 구성할 경우 실질적인 리스크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고,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부통제 관리 최종 책임자인 대표이사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감독당국 가이드라인은 정답이 아니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각 금융사는 자사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고민하고, 필요 시 제도적 보완도 병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이 지적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앞서 금감원은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할 경우 감시 주체와 대상이 동일인이 되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송 변호사는 금감원의 입장이 단순히 겸직을 전면 금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각 사의 실정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해 실질적인 통제 기능을 확보하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통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식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겸직 여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감시와 견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인지 여부"라고 강조한다. 송 변호사는 "감독당국도 겸직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 안에서 통제와 책임 구조가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라며 "회사의 지배구조에 맞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독원 '재량권' 큰 시기…사례 통해 책무구조도 완성될 것

      송 변호사는 책무구조도 제도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감독당국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제도의 실질적인 기준과 운영 방식은 향후 금융사고 사례가 축적되면서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감독당국도 금융사고가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제재 여부는 사고 이후 감독당국이 판단하며, 어떤 사안이 제재 대상이 되는지는 실제 제재 사례를 통해 금융회사에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말 발표된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 제재 운영지침'에 대해서는 "해당 지침을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는 '실효성 있게 운영했는가'라는 정성적 기준이 함께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책무구조도의 본래 취지인 금융사고 예방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금융회사 임원들의 책임은 이전보다 분명히 강화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직 책무구조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최소 3년 이상은 장기적인 시계에서 제도의 효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시되는 사고들도 상당수가 과거에 발생한 사안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중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