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행장 임기는 내년 1월 만료
노사갈등·내부통제 해결한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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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기업은행에 최근 노조 총파업과 부당대출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갈등 봉합과 강력한 내부통제를 위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와 민주당 측에 '총인건비제' 등의 해결을 위한 협조를 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이전 노조에 '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검토'를 약속했는데, 이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총인건비제는 급여나 상여금·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연간 총액을 정해 두고 범위 내에서만 지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책은행으로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에도 이 제도가 적용된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총인건비제 탓에 임금이 시중은행 대비 70%에 그치지 않으며 시간외수당 또한 제대로 지급되지 않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작년 12월 제도 개선을 위해 1차 총파업에 나섰고, 지난 5월 2차 총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측이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자 민주당이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달 8일 '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검토' 등을 담은 정책협약을 맺으며 노조를 달랬다. 최대주주가 정부인만큼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충분하지만, 김성태 행장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민주당이) 노동 관련 이슈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한만큼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새 정부 인사 등 정비될 상황이 있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니 조금 더 인내를 하며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기업은행은 전·현직 임직원 등이 882억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성태 행장은 임직원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의 내부통제 방안을 내놨지만, 개인정보법 위반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효과적인 내부통제 전략을 펼칠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 김성태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새 정부 출범과 관계없이 임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권 교체로 인해 직을 내려놓은 행장은 없다.
차기 행장으론 내부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행장 자리는 과거 관료들의 전유물이었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내부 출신이 주로 행장에 임명됐다. 조준희(2010~2013)·권선주(2013~2016)·김도진(2016~2019) 전 행장과 김성태 현 행장 모두 내부 출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흐름을 끊고 '관치금융' 리스크를 감수할 유인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내부 인사론 은행 내 2인자인 김형일 전무가 있다. 김형일 전무는 지난 2023년 부행장(경영지원그룹장)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1992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30년 이상 전략기획과 경영지원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김성태 행장 역시 기은 전무 출신으로 이전에는 경영전략그룹장 등을 역임하는 등 비슷한 행보를 밟았다. 박봉규 경영지원그룹장(부행장)과 유일한 여성 부행장인 오은선 자산관리그룹장 등도 언급된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인만큼, 이재명 대통령 캠프 출신 외부 인사도 거론된다. 물론 이미 임기가 만료된 산업은행과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수출입은행 인사가 먼저라는 평가다. 내년 초 현 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행의 경우 외부 인사의 하마평이 아직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현 시점에선 새 정부 출범에 기여한 경제계 인사 후보군에서 차기 행장군을 추려볼 수는 있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에서 경제계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사는 김병욱 전 국회의원, 제윤경 전 국회의원, 홍성국 전 국회의원,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다. 이 중 김용범 전 차관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발탁된 바 있다.
구체적인 윤곽은 연말께 드러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감독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의 앞날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기업은행보다 앞서 행장 임기가 종료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인사 역시 먼저 이뤄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차관 인사와 기재부 개편 등이 있어 아직 기관장 인사를 논하기는 매우 이르다"며 "내부통제 등 전 금융권의 공통 문제에 더해 노사갈등까지 있어 이를 봉합할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