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자산과 영업권 등이 매각 대상
MBK 주식 전량 소각, 인수자는 전액 신규자금 투입
고용유지, 유통 규제 입법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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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새주인 찾기에 돌입한다. 거래 가격은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 전량을 무상소각한다는 계획이어서 사실상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소비 부진, 규제 입법 움직임 등 대형마트 산업의 업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은 매각 작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13일 서울회생법원에 인가전 M&A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12일 청산가치(3조7000억원)를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높게 평가된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임의적 회생절차 폐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 폐지를 막기 위해선 채무자 회사가 외부투자금을 유치해 청산가치를 뛰어넘는 계속기업가치를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가 택한 방식이 외부자금 유치를 위한 투자자 모집, 즉 회생계획 인가전 M&A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홈플러스 측은 삼일회계법인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을 통한 관리인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법원의 판단은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의 판단을 우선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계속기업가치가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참고자료 형식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법원에서 인가전 M&A를 승인한다면,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간극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새 주인을 찾는데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법원은 인가전 M&A를 승인하기에 앞서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갖는다. 조 단위 채권을 보유한 메리츠금융그룹을 비롯해 다수의 채권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종 결정 권한은 법원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 채권자들이 인가전 M&A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이달 중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우 청산가치가 계속가치에 비해 높게 나온 것은 보유 자산이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다소 이례적인 경우이지만 일부 채권자들의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새 주인을 찾아 회생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인가전 M&A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법원이 인가전 M&A를 승인하면 곧바로 매각주관사 선정 작업이 시작된다. 실사와 매각공고, 본입찰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 인수후보자 윤곽이 나오기까진 앞으로 수 개월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됐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7월10일)은 새로운 인수자의 인수구조와 금액이 확정한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회생계획안이 도출된 이후엔 관계인 집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채권 종류별 의결을 통해 회사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일지 표결하는 절차다. 관계인 집회에서의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지만,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와 이를 바탕으로 한 채무 변제 비율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일반적인 M&A 구조와 달리, 인가전 M&A는 구주매각보다 신주의 유입을 우선시한다. 회생절차의 근본적인 취지가 회사를 정상화함과 동시에 채권자들을 향한 채무 상환금액을 최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주의 권리는 대폭 축소하면서 새로운 인수자는 채무변제와 회생자금을 위한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MBK파트너스 보유 주식 전량을 무상 소각할 계획이다. MBK파트너스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투입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에 대한 권리가 모두 소멸되는 셈이다.
향후 홈플러스 경영권 매각의 마케팅 포인트는 ▲보유자산 그리고 ▲비교적 가벼워진 비용 구조 등이 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 126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58곳의 점포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부동산 자산이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직후 홈플러스는 임차 점포의 임차료를 낮추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현재는 약 68곳의 임차 점포 가운데 약 48곳과의 협상을 완료했고, 약 20곳에 대한 임대료 협상을 진행중이다. 임대료 협상을 통해 홈플러스 측은 약 40%가량 임대료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홈플러스의 임대인들과의 최종 협상 기한은 회생계획안 제출(7월10일) 전까지였으나, 인가전 M&A 추진으로 인해 협상 시간을 다소 벌었단 평가가 나온다.
공휴일 의무휴업 등 정치권에서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단 점은 변수다. 물론 해당 법안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실제 법률 개정까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인수후보자들은 고용에 대한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매각 과정에선 기존 임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명문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가 새로운 인수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총 1만90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들 가운데 정년퇴임 등 자연감소를 통해 고용인력이 다소 줄어드는 추세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란 점은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