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텐센트, 넥슨 인수 추진하나…20조원대 ‘메가 딜’ 재부상
입력 2025.06.13 15:20
    블룸버그 "텐센트, 넥슨 유족과 인수 논의"
    NXC 지분 67.6% 보유한 유족은 상속세 완납
    '20조' 메가딜 성사될까…기업결합 심사 변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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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국의 IT·게임 기업 텐센트(Tencent)가 한국 대표 게임 기업인 넥슨 인수에 재도전할 거란 관측이 나오며 주목을 받고 있 있다. 텐센트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거래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메가 딜'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텐센트는 지금까지 한국 게임 업체들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를 주로 해왔다. 만약 넥슨 경영권 인수에 나선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홀딩스가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넥슨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텐센트가 게임 사업 강화를 위해 넥슨 딜을 검토하고 있으며, 고(故) 김정주 회장의 가족에게 연락해 인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넥슨 그룹 지주회사인 NXC가 실제 인수 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살펴보고 있는지, 거래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텐센트는 2019년 고 김정주 창업자가 NXC 지분 전량 매각에 나섰을 때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텐센트는 넷마블, MBK파트너스, KKR 등 대형 게임사와 사모펀드(PEF) 등과 인수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곳들을 포함해, 현재 대형 PEF들의 콘텐츠(엔터테인먼트·게임) 플랫폼 등 업계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줄어들었다. 또 이들이 국내에서 20조원대 빅딜을 감당할 여력도 크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텐센트의 ‘관심’이 구체적인 인수 움직임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텐센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텐센트는 이달 초 ‘헬다이버즈2’로 인기를 끈 스웨덴 게임 개발사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 지분 15.75%를 51억 스웨덴 크로나(약 7346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앞서 3월에는 경영난을 겪던 유럽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신설 자회사에 11억6,000만 유로(약 1조8300억원)를 투자했다. ‘어쌔신 크리드’ 등 인기 IP 3종의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한 자회사로, 텐센트는 이 회사 지분 약 25%를 확보했다.

      텐센트는 ‘소수 지분 확보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부터 ‘경영권 확보 및 완전 인수’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유망 게임사를 자사 네트워크로 편입시켜왔다. 이에 미국 더 디플로맷 등 외신에서는 텐센트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게임 산업이 ‘디지털 소프트파워’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중국 문화를 주입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최근 텐센트는 한국에 대한 새로운 진출을 모색하는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텐센트는 자회사를 통해 지난 5월 하이브가 보유하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10%를 인수해 카카오그룹에 이어 사실상 2대 주주가 됐다. 텐센트는 앞서 하이브에도 지속적인 협업 논의 등 접촉을 해왔으나, 하이브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게임업계와는 연이 깊다. 텐센트는 시프트업(34.76%), 크래프톤(13.71%), 넷마블(17.52%) 등 국내 게임사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분 3.88%로 3대 주주다. 넥슨과 텐센트는 ‘던전 앤 파이터’를 개발하며 협력해온 관계가 있다. 텐센트게임즈는 ‘던전 앤 파이터’와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을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해왔다.

      현재 넥슨 지주사 NXC는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유정현 의장이 지분 33.35%를 보유 중이며, 장녀 김정민 씨와 차녀 김정윤 씨가 각각 17.16%씩 갖고 있다. 세 모녀가 총 67.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유족이 주식을 상속받을 때 신고한 상속세만 5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유가족은 물납과 현금 납부 방식으로 상속세를 완납했다. 앞서 세 모녀는 NXC 주식 29.3%를 정부에 물납했고, 당시 평가받은 지분 가치는 4조7000억원이었다. 2024년 8월 유 의장 지분 6만1,746주(약 3203억원)와 자녀 각각 3만1,771주(각 1648억원)를 NXC가 사들였고, 추가로 자녀 지분을 담보로 와이즈키즈를 통한 유상증자 참여 및 대여(이자율 4.6%)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는 보유한 NXC 지분 공매에 나섰으나 두 차례 유찰됐다. 경영권이 포함되지 않은 비상장사 주식이다 보니 매력도가 떨어져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NXC는 자사와 완전 자회사(NXMH B.V.)를 통해 일본에 상장된 넥슨재팬(NEXON Co., Ltd.) 지분 44.4%를 보유 중이다. 거래 구조와 협상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수 측은 NXC와 NXMH B.V.가 보유한 넥슨재팬을 포함한 전체 지분을 공개매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경우 전체 거래 규모는 약 20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

      NXC 지분 가치의 대부분은 넥슨재팬의 가치이며,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2조1100억엔(한화 약 20조원)에 달한다. 2019년 매각이 진행됐을 때 10조원 남짓이던 회사의 가치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당시에도 10조원 규모의 메가딜이었기에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았다.

      넥슨 측은 이번 인수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 정도 메가딜을 감당할 곳이 드문 것은 사실이지만, 텐센트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텐센트가 국내 게임시장에 얽힌 바가 많은 만큼, 게임산업 내 시장 점유율이나 계약 조건 등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