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보험사 유증 압박…차환 수요 대응 속 새 정부 '눈치'만
입력 2025.06.16 07:00
    푸본현대·iM라이프 등 기본자본 킥스 50%↓
    후순위채는 보완자본…기본자본에 영향 못 줘
    기본자본 늘리려면 결국 유상증자 불가피
    당분간 차환 수요 대응하며 유예 확대에 '기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의 질' 개선을 위해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보험사들의 유상증자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자본성증권 등 보완자본으로 지급여력비율을 맞춰왔는데, 앞으로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건전성을 평가하는 탓이다.

      당국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전 일정 기간 유예를 부여할 예정인데, 보험사들은 새 정부 하에서 유예 기간과 기준치가 낮아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이에 당분간은 그동안 발행했던 후순위채의 차환 수요에만 대응하며,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가운데 삼성화재를 제외한 4개사의 기본자본 킥스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본현대생명과 iM라이프, 롯데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은 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기본자본 킥스 기준치인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보험사들의 기본자본 킥스가 하락한 이유는 그동안 보완자본을 중심으로 자본을 확충해 온 영향이란 분석이다. 보험사의 킥스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의 합인 가용자본으로 결정되는데, 그동안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보완자본을 확충해 킥스 비율을 관리해왔다.

      실제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8조655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고, 올해에도 9일 기준 5조225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부터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며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건전성의 기준이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앞으로는 자본성증권 발행에만 기대기 힘들 전망이다. 외려 채권 발행 이자가 기본자본인 이익잉여금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기본자본 킥스 관리는 더 힘들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의 유상증자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대주주의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고,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커 아직까지는 보험사들의 유상증자가 단순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결국 유상증자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채권 발행 담당자는 "기본자본 킥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배당을 줄이고 순이익을 유보해 이익잉여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인데, 이는 주주환원 축소를 의미해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반하는 일이라 쉽지 않다"라며 "지금은 '유상증자만큼은 피하자'는 인식이 많지만,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결국 선택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가 아닌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후순위채가 전액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요구자본의 10% 한도 내에서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일반 채권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에 일반 신용등급보다 한 두 노치(notch) 낮게 책정된다"라며 "최근 채권 시장의 수요가 우량채 위주로 형성되어 있어 신종자본증권의 시장에서 소화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당분간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기본자본 킥스 관리와 무관하게, 그동안 발행해왔던 후순위채의 차환 수요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후순위채 규모가 워낙 많다 보니 시장의 수요가 포화상태라, 당분간은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동양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후순위 외화채권을 발행했고, 한화생명도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한 바 있다. 

      보험사들은 새 정부 하에서 기본자본 킥스 도입 유예 기간과 킥스 기준치가 낮아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은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유예 기간을 얼마나 부여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 금융당국의 수장 임기도 종료되면서, 규제가 완화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당분간 새 정부 하에서 기존 정책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숨죽이며 지켜볼 것"이라며 "내심 유예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나 킥스 비율도 130%에서 더 낮아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