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라닭·현대옥 등 매물 쏟아지는 외식업계…인수할 SI 없는데 규제는 강화 움직임
입력 2025.06.16 07:00
    푸라닭·노랑통닭·피자나라치킨공주 등 줄매각
    투자자 실종에 대부분 거래 무산…'유령 매물' 쌓여
    새 정부 규제로 투자심리 위축 속 펀더멘탈 악화
    PEF들 출구전략 찾기 '총력전'…"SI는 응답 없어"
    • 국내 프랜차이즈 F&B(식음료) 시장이 매물 홍수 속에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치킨, 피자, 한식 등 주요 외식 브랜드들이 투자자 유치나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거래 성사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수년간 이 시장을 이끌던 재무적투자자(FI)들은 시장에 쌓인 '유령 매물'을 바라보며 점차 발을 빼는 분위기다. 본사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새 정부의 움직임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푸라닭을 비롯해 피자나라치킨공주, 노랑통닭 등 치킨 프랜차이즈 10위권 내외 업체들이 모두 매물로 거론된다. 매각 주체는 FI이거나 오너 일가다. 

      피자나라치킨공주는 국내 금융지주 계열 사모펀드 등과 1500억원 규모 기업가치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노랑통닭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코스톤아시아와 큐캐피탈파트너스는 필리핀 식품 기업 졸리비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푸라닭의 경우 복수의 M&A 관계자들이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푸라닥을 운영하는 아이더스에프앤비 측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외에도 전주식 해장국 체인점 '현대옥'은 지난해부터 약 5배 수준의 멀티플을 제시하며 다수 원매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피자헛도 영업권 매각에 나섰다. 국내 대표 초밥 프랜차이즈 업체도 약 1000억원 수준의 밸류로 FI와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시장 전체가 출구 전략에 나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외식업체 수요가 둔화되고 원가 압력은 커지는 시기"라며 "PEF들이 기대했던 엑시트 시나리오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F&B 거래가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SI 부재다. 기존에는 더본코리아가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곤 했지만 푸라닭, 노랑통닭 등 일부 브랜드가 접촉을 시도한 끝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PEF들이 '물꼬'로 삼았던 SI 수요는 사실상 실종된 셈이다. 

      최근 F&B 매물들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쪽을 먼저 태핑하는 흐름이 이어졌지만, 실질적 투자로 연결되진 못하고 있다. 한화 측은 유통과 외식 간 시너지엔 관심을 보이면서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우려해 프랜차이즈 형태의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식자재 유통이나 소스 제조사 등 밸류체인 내 B2B(기업간거래) 업체에만 제한적으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SI를 전제로 투자했던 FI들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구조상 또 다른 FI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도 어렵다"며 "투자 구조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브랜드들은 전통적인 M&A 대신 펀딩을 통해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피자'는 매각이 아닌 새로운 투자 라운드를 시도 중이다. 초기부터 DSC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GS 등 벤처캐피탈(VC) 자금을 다수 유치한 만큼, 이번 라운드에서 기존 밸류를 훼손하지 않고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도 시장 위축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가맹점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비용 분담 의무와 경영 간섭 금지를 골자로 한다. 특히 가맹점에 공급하는 소스·재료 가격의 기준 및 정산근거를 공개하고, 가맹점에 불공정하게 비용을 전가할 경우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해당 법안이 시장에 공개된 이후, 딜을 검토하던 투자자들 중 일부는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 관계자는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로선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 리스크와 맞물려, 외식업의 펀더멘털도 흔들리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대부분의 동일점포매출증가율(SSSG)이 하락세로 전환되며,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가격 등 원재료값이 큰폭으로 상승했지만,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선 새 정부 아래서 이를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자영업자 생계 안정에 민감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재 본사 차원에서 마진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며 "올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 수익은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또 다른 고민은 '소스'와 같은 핵심 제조 밸류체인에 대한 직접 통제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실질적 수익이 나는 제조는 위탁생산 구조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소스 제조사 등 밸류체인 내 사업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SI 없이 실행하긴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다수의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는 드물다. 유통업체, 유관 기업, 전략적 파트너 등 인수 수요가 사라지면서 시장 전체가 유령매물로 넘쳐나는 형국이다. 

      한 사모펀드(PEF)업계 관계자는 "요즘 F&B 시장 분위기는 정점을 지나 급격히 식어가는 양상"이라며 "작은 브랜드에서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매물로 나왔지만, 눈높이를 맞춰줄 원매자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