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상반기 정기평가서 '등급 하향' 압력…재무 부담 지속
입력 2025.06.17 07:00
    자사주 매입에 차입 확대…부채비율 급증
    지배구조 불안정 지속…상법 개정도 변수로
    등급 하향 압박 커져…투자계획 축소 및 보류
    본업은 견조해 채권 투자 매력은 유효하단 평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반기 정기평가를 앞두고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이 실제로 하향 조정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말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고려아연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떨어트렸다. 차입부담이 여전하고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등급하향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 말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단행하며 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애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여론 악화와 시장 우려 등을 고려해 계획을 철회했다. 보유 현금과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며 순차입금이 늘었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자본 총계는 7조5954억원, 부채 총계는 7조1969억원이다. 자본 총계는 전년 대비 2조466억원 줄었고 부채 총계는 4조7928억원 늘었다. 전년 24.9%였던 부채비율은 95%로 증가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보고서에서는 향후 등급 조정의 주요 모니터링 요소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자금 유출 ▲신규 사업 관련 투자 소요 및 재무안정성 변동 추이 ▲경영권 최종 소재 등을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 대한 구체적 기준으로 ▲연결기준 EBITDA/매출액 10% 하회 ▲순차입금/EBITDA 0배 상회를 제시했다. 회사는 이미 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상태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고려아연의 등급이 한 단계 하향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늘어난 차임급이 단기간 내 줄어들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차입금 증가와 부채비율 상승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당초 일회성으로 보였던 이슈가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분쟁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건 현 시점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다른 신용평가사의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등급 하향 가능성을 논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등급 하향 요건이 이미 일부 충족된 부분이 있고, 경영권 분쟁의 마무리 시점도 불투명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설비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그 규모를 축소한 상태다. 회사는 울산 울주군 일대의 니켈 제련소 양산 일정을 기존 2026년 초에서 2027년 내로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동박 사업의 경우 추가 증설 계획은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전구체 사업 역시 1단계 투자 이후 계획이 보류된 상태다.

      지배구조 리스크는 여전하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따라 향후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과 MBK 간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고려아연의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등급이 조정되더라도 고려아연의 영업 기반은 건재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적 변동성이 낮고, 산업 구조상 캐시카우 확보가 안정적인 만큼 채권 자체의 투자 매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단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이자비용을 제외하면 영업 여건 자체는 나쁘지 않다"며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본업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펀더멘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