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로 시끌시끌한 파마리서치, 상법 개정 소송 '첫' 사례 될까
입력 2025.06.18 07:00
    갑작스레 인적분할 발표한 파마리서치…주가 급락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최대주주 지분만 높아져"
    상법개정안 연내 시행…주주 충실 의무 위반 우려 목소리
    "인적분할 이후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검토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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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적분할을 결정한 파마리서치가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향후 시행될 '상법개정안' 영향으로 소송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인적분할로 인해 파마리서치의 최대주주인 정상수 의장의 지분이 크게 확대되는 데다, 시장에서는 정 의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 인적분할을 급작스럽게 결정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파마리서치는 한국거래소에 신설법인 '파마리서치'의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상장사인 파마리서치가 10년 만에 상장 절차를 다시 밟는 이유는 최근 인적분할을 결정하며 신설회사인 파마리서치를 다시 상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존속회사인 파마리서치는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로 사명을 변경하고 지주사로서 자회사를 관리할 예정이다. 파마리서치는 현재 에스테틱, 헬스케어, 제품 유통, 기업 투자 분야의 회사 10여 곳을 산하에 두고 있다. 파마리서치홀딩스는 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자회사와 시너지를 낼 기업을 발굴해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파마리서치가 다른 기업의 지분 확보 과정에서 애를 먹은 점도 인적분할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파마리서치는 2023년 씨티씨바이오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씨티씨바이오의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다. 올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2년여 지속된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지었지만, 내부적으로 기업의 투자 활동에 잡음이 일면 주력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고민이 컸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된 (씨티씨바이오) 인수 과정에서 일련의 노이즈가 발생했다"라며 "경영권 취득 과정이 생각보다 지연되면서 투자 활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운영 사업과 분리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라고 말했다.

      파마리서치는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적분할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를 진행할 계획이라 사실상 "최대주주만 좋은" 인적분할이라는 비판이다.

      파마리서치의 최대주주인 정 의장은 올해 3월 기준 파마리서치의 지분 30%를 들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를 75대 25로 인적분할한다. 인적분할 이후 정 의장이 신설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하면 정 의장이 보유할 존속회사 지분은 30%를 가볍게 넘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적분할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키우려는 시도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종종 나타나는 사례"라며 "파마리서치의 경우 최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이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50%로 높아져, 상장 기업이지만 사실상 개인회사와 다를 바 없는 형태가 된다"고 했다.

      상법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빠르게 처리되면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을 진행한 이후 잇단 소송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인적분할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번 인적분할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는 11월 1일을 분할기일로 설정하고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17일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열고 특별결의를 통해 인적분할을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파마리서치는 정 의장 지분이 30% 이상이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다. 상법개정안은 현재 6월 내 처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파마리서치는 상법개정안 통과 이후 인적분할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이 분할과 현물출자, 자회사 설립, 상장 등을 추진할 때 최대주주가 이익을 얻고 소수주주가 손해를 입을 우려가 발생할 경우 이사의 의무 위반과 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파마리서치는 올해 3월 기준 정 의장과 두 자녀인 정래승, 정유진 이사, 손지훈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규철 CVC캐피탈 한국대표, 이원배 CVC캐피탈 싱가포르법인 수석 등 파마리서치에 2000억원을 투자한 CVC캐피탈 측 인사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상법개정안 시행 이후 파마리서치 주주들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사를 대상으로는 행위 금지 가처분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적분할 자체를 저지하려면 인적분할 절차 중단에 대한 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관투자자도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과 관련해 회사 측에 소수주주를 고려했는지를 따져 묻는 모습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전날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공개하고, 이를 파마리서치 측에도 송부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 이후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 지배구조 측면에서 최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권한은 줄어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마리서치 소액주주 일부는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 인적분할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마리서치의 소액주주는 2만4000명 정도다.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을 발표한 당일 개인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세 주가가 17% 하락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라진 시가총액만 9400억원 수준이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분할기일까지 지배구조 리스크로 돈이 묶일 공산이 커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식을 더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