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깐깐한 예심 기조에 "이미 검증 됐다"는 평
올해 공모주 100% 밴드 내에서 공모가 확정되기도
李정부 출범에 주가 부양…IPO에도 긍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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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1분기 바닥을 지나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5월 이후 청약에 나선 중소형 공모주들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비교적 깐깐해진 예비심사 기조와 더불어 밴드 안에서 결정되는 공모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인한 국장에 대한 기대감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새내기주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공모주에 훈풍이 다시 찾아왔다는 기대감이 불고 있다. 2분기들어 상장한 종목 14개 중 쎄크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모두 상장일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씨메스 이후 대부분의 종목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상반된다. 상장일 이후 주가 흐름도 비교적 양호하다. 특히 5개 종목이나 상장일에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모주 흥행의 배경으로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상장 예비심사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최근 상장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기술특례상장(기술평가 특례)을 택한 가운데, 거래소가 지난해부터 기술성장특례의 심사 기준을 높이면서 사실상 '필터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안정성이 검증됐다고 인식되며, 그에 따라 투자 수요도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근래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당일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52%), 로킷헬스케어 (34%), 이뮨온시아(108%), 인투셀(95%) 등이 모두 제약/바이오 기업이었고, 의료기기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비쥬는 상장일 102%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작년에 상장 심사 통과를 못한 기업들의 다수가 제약·바이오 기업이었다"라며 "그러다보니 제약·바이오 기업이 상장에 나선다고 하면, 시장에선 이미 검증이 됐다고 생각해 배팅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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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모주 수익률이 오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예전에 비해 비교적 보수적으로 책정된 공모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들어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서 공모가가 확정된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29개 종목 중 HD현대마린솔루션(상단)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밴드를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된 것과 상반된다.
또 다른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공모주 수익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모가'라며,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작년과는 달리 희망 밴드 안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기에 상장일 수익률이 선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어급’으로 꼽히던 롯데글로벌로지스와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한 점도 '수요예측'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무리하게 상장했다가 주가가 급락하는 것보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조정을 거쳐 시장 수용 가능성을 높인 구조로 재도전하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주식자본시장 내 자금 수급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공모주 일반청약에 수천 대 1의 경쟁률이 몰리며 조단위 청약 증거금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7월부터 의무보유확약(락업)이 확대되는 IPO제도 시행 전 공모주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바이오 기업 인투셀은 지난 13~14일 일반청약에서 7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이는 연초 LG CNS에 21조원이 몰린 이후 최대 규모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를 밀어올리는 분위기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모주 시장은 전체 주식 시장의 분위기가 좋으면 수요가 쏠리는 특성이 있는 까닭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코스피는 11일 3년 반 만에 29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과 공개발언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해 왔다. 상장기업들의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상법 개정안의 재추진이 핵심 동력원이다. 아울러 상장주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가 되지 않는 상장 기업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고려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소형 공모주들의 전반적으로 수요예측과 상장일 주가 흐름이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7월 규제 시행 전까지 단기 차익 실현 수요가 이어질 수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