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프리미엄 기반 안정적 분배금·세제 우위에 수급 모여…신상품 개발도 활발
상승장 수익 제한·급락장 손실 우려에도 운용업계 "구조적 수요 지속될 것"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강세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수익 상한이 있는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여전히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는 상품이지만,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수익 추구 전략과 정기적인 배당 분배금 수요가 결합되며 투자 선택지 중 하나로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에는 이달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총 382억원 규모의 개인 순매수가 유입됐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에도 82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감과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가 연고점을 경신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수익 상한이 존재하는 커버드콜 ETF에 이처럼 수급이 지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국내 증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빠르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기준 2920.03으로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전날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수세(이달 누적 4조3385억원)가 국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단순히 증시 흐름을 추종하기보다는, 시장 과열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최근 ETF 시장에서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KODEX 인버스' 등에 수급이 집중됐다. 지수 하락에 베팅한 상품들이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것은 현재의 강세장이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커버드콜 ETF의 수요 증가는 이러한 투자자 심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구조다. 주가 상승 시 수익이 일정 부분 제한되는 대신, 정기적인 분배금 수익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월 배당형을 넘어, 주 1회 단위로 옵션 매도를 수행하거나 '데일리 고정형' 구조를 통해 배당 안정성을 높인 상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즉, 최근처럼 지수 상승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커버드콜 ETF가 일종의 완충재로서 투자자들에게 대안으로 인식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커버드콜 ETF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과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수요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초 연금계좌 내 해외펀드의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이 폐지된 반면, 옵션 프리미엄을 주된 수익원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분배금의 세후 수익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많은 운용사들이 커버드콜 ETF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상방 제한 수준이 과거보다 완화되는 추세"라며 "급락장에서는 프리미엄 수취를 통해 일정 수준의 방어 효과가 나타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가 형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기적인 배당이 제공된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꾸준한 수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커버드콜 ETF는 '한계'가 명확한 상품으로 꼽힌다. 주가가 급등할 경우 콜옵션 매도로 인해 수익이 제한되고, 반대로 급락장에서는 옵션 프리미엄 수익만으로 손실을 방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특히 목표 분배율이 연 10~15% 수준으로 설정된 상품은 높은 옵션 매도 비중을 유지해야 하며, 이로 인해 기초자산 상승에 따른 수익 일부를 포기하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누적 수익률이 일반 주식형 ETF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 수요가 이어지며 운용업계는 커버드콜 ETF를 단기 유행이 아닌 구조적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주요 운용사들은 커버드콜 ETF 관련 상품 개발과 운용 전략 고도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월 분배금 수요 확대와 세제 환경 변화에 따라, 단순 고배당 상품과 차별화된 구조를 갖춘 커버드콜 ETF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신규 상품 출시와 리밸런싱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는 단순히 배당 수단이 아닌, 고점 부담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안정적인 프리미엄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구조적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