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동양·캐롯 등 권고치 130%도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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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처음으로 20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이 완화한 권고 수준인 1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19개 보험사의 평균 킥스 비율은 197.9%로, 전년 같은 동기 대비 8.7%포인트(p) 하락하며 처음으로 200% 아래로 내려갔다. 킥스 제도 도입 이후 최저치이며, 과거 지급여력비율인 RBC 체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수치다.
보험업권별로는 생명보험사가 190.7%로 전분기 대비 12.7%p 하락했고, 손해보험사는 207.6%로 3.4%p 떨어졌다. 특히 롯데손보(119.9%), 캐롯손보(68.6%), 동양생명(127.2%) 등은 금융당국이 새롭게 제시한 권고 기준인 130%를 하회했다. 당초 권고 기준은 150%였으나, 새 보험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에 대한 건전성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24년 만에 기준을 130%로 완화한 것이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KDB생명, iM라이프,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롯데손보, 농협손보, MG손보, 캐롯손보 등 상당수 보험사의 킥스 비율이 권고치인 130%에도 미달,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급여력비율 하락의 주된 배경은 가용자본 증가가 제한적인 반면, 보장성 보험 확대 등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졌고, 자산과 부채 간 만기 불일치(ALM 미스매칭)가 심화된 데 있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기준 가용자본은 경과조치 적용 후 249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요구자본은 126조원으로 5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금리 하락과 할인율 현실화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 및 자본증권 발행 등의 영향으로 가용자본은 소폭 증가했다"면서도,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에 따라 장해 및 질병 관련 위험액이 약 3조원 증가했고, ALM 불균형 심화로 인해 금리 위험액도 1조7000억원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균형을 맞추는 ALM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LM 관리가 미흡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