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롯데·농협 등 대형마트 사업자
쿠팡·알리 등 신선식품 확대 노리는 이커머스 기업들
사업비 부담은 줄었지만 고용 및 정책 불확실성 상존
보유 부동산만 58곳…부동산 매력도에 따라 성패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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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기업 홈플러스가 새주인 찾기에 나선다. 우리나라 대형마트 사업이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당을 중심으로 한 규제 입법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인수자를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만여명에 달하는 고용 인력 보장을 전제로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있는 전략적투자자(SI)는 사실상 손에 꼽는다. 상당한 난이도가 예상되는 거래이지만, 홈플러스가 보유한 전국 각지의 부동산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은 M&A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법원에 인가전 M&A를 신청한 상태다. 법원은 이번주까지 채권단의 의견을 접수하고 이르면 다음주 M&A 개시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청산가치(3조7000억원)를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높게 책정했다. 원칙적으론 회생절차폐지와 함께 청산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다만 법원은 청산가치가 높게 평가된 배경이 보유 자산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란 점, 채무자(홈플러스) 측이 원매자 찾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가전M&A를 허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홈플러스는 현재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리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현재로선 자산을 분리하지 않는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사업부를 분리 매각할 경우, 비교적 가벼운 몸 값에 원매자를 찾는 게 보다 수월할 것이란 전망도 있으나 홈플러스 몸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배경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매자로는 대기업군 SI가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마트, 롯데쇼핑,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사업자와 GS리테일(GS더프레시)과 같은 기업형수퍼마켓(SSM)을 운영하는 곳들이다. 여기에 최근 아워홈 인수를 비롯해 유통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한화그룹, 이커머스 업계 독보적인 1위 기업 쿠팡, 한국시장 확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등도 잠재적 인수후보로 꼽힌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는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불리는 MBK의 실패작인 홈플러스를 인수해 사업적 턴어라운드를 이끌어 내야하는 부담이 상당히 크고, 추후 경영 효율화 작업 역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딜의 규모 면에서 본다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거래이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제약, 정책적 리스크를 떠안아야하는 등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홈플러스 인수에 나설 PEF는 찾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잠재 인수 후보자들 역시 손익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사업자들은 이미 점포를 줄이고 인력을 효율화하는 작업을 수년간 진행하고 있는데 전국 100곳이 넘는 대형점포를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홈플러스의 매장이 이마트 또는 롯데마트 등과 인접해있다면 기존 점포의 수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신선식품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홈플러스 지점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자체적으로 물류센터 부지를 확보해 개발하는 것과 홈플러스를 인수해 오프라인 매장까지 병행하는 것의 손익을 따져야 한다.
GS리테일은 이미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돌입 직전까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 기존 SSM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단 전략이었으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가 아니라 홈플러스 전체의 인수를 통해 대형마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홈플러스가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면 새주인을 찾는 과정은 보다 수월하겠지만 회사는 지난해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다. 고용인력만 1만9000여명인데 인수자가 인력 구조조정 등 비용 효율화 작업에 나서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다만 홈플러스가 빠른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연간 임대 비용을 크게 줄였단 점은 인수후보들이 고려해 볼만한 긍정적 요인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전국에 약 126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68곳은 임대인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임차 점포이고, 58곳은 직접 부동산을 보유한 점포이다. 회생절차 돌입 이후 홈플러스 측은 68곳의 임차 점포 가운데 약 48곳의 임대료 협상을 마쳤고 이를 통해 임대료를 평균 약 40% 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 측은 연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배경 중 하나였던 임대료를 절감함으로써 사업수지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부문, SSM부문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홈플러스의 흑자전환은 그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 갈수록 치열해 지는 유통기업들의 생존경쟁에서 홈플러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사업 규제, 노동 규제 등이 갈수록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은 상수가 됐다.
그래도 눈 여겨볼 만한 부문은 있다. 홈플러스의 자산은 6조8000억원, 부채는 2조9000억원 수준으로 자산이 4조원 이상 많은 상태다. 여기엔 전국 58곳에 흩어져 있는 부동산이 포함돼 있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다면, 인수후보자는 조 단위 자금을 쓰고도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단 의미이다. 임차 계약이 맺어진 점포들을 폐점하고 보유 점포 부지를 개발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M&A를 기업 인수합병이라기 보다 부동산 투자 관점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다. 물론 부동산의 매각, 지점의 폐쇄,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예단하긴 어렵다. 인수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고용유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고, 인력 재배치를 통한 폐점과 이후 개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도 정부의 인허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홈플러스는 우리나라 기업 M&A 역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는 '최고가 거래'로 기록돼 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수 때와는 달리, MBK는 투자금 전액을 상각을 결정하며 사실상 실패를 자인했다.
대형마트 사업은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고, 고용시장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늘 정치권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사업환경과 고용환경 그리고 정치권의 눈치까지 면밀히 살펴야하는 홈플러스 M&A는 무거운 몸집 만큼 역대급 난도의 거래로 기록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