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NPL 큰 장 선다…시장성 조달 고삐 죄는 전업투자사들
입력 2025.06.20 07:00
    단기사채·CP로 투자금 확보한 후 회사채로 만기 연장
    연내 차환 및 현금 확보 위한 공모채 발행 이어질 전망
    키움F&I 최대 1500억원 조달…하반기 대신F&I 추가 발행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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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통적으로 은행 차입에 의존해 오던 부실채권(NPL) 전업투자사들이 최근 시장성 조달 규모를 늘리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과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조달금리가 낮아지자 회사채를 발행해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 한 해만 9조~10조원 수준의 은행권 NPL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돼 선제적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NPL 매각 규모는 총 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권 NPL 매각 물량은 지난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5조6000억원 등의 순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는 1조6657억원에 달하는 은행권 NPL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통상 연말에 물량이 몰리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연간 기준 9조~10조원 수준으로 NPL 매각 물량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NPL 전업투자사들은 그간 은행권 차입이나 사모시장을 통해 단기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며 NPL 투자자금 마련해 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율 증가로 NPL 매각 규모가 급증하자 공모채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단기사채와 CP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한 후 회사채를 통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이다. 공모채 발행을 통해 차입구조 장기화와 더불어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NPL 전업투자사들의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을 봤을 때 ▲대신에프앤아이 2210억원 ▲하나에프앤아이 1920억원 ▲유암코(연합자산관리) 1000억원 ▲우리금융에프앤아이 900억원 ▲키움에프앤아이 320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연내 차환을 위한 발행 뿐만 아니라 현금 확보를 위해 공모 회사채 발행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연초에도 ▲유암코 5000억원 ▲하나에프앤아이 3000억원 ▲대신에프앤아이 1540억원 등이 선제적으로 공모채 조달을 마쳤다.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도 거세다. NPL 업계 점유율 1위인 유암코는 올해 업계 첫 공모채 발행 주자로 나서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이어 키움에프앤아이(A-)가 NPL 자산 매입자금 마련과 CP 차환을 위해 공모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키움에프앤아이는 1.5년물 200억원, 2년물 300억원, 3년물 200억원 등 총 700억원 규모로 오는 17일 공모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

      민간채권평가사 3사 기준 키움에프앤아이 2년물과 3년물 평균 금리는 각각 3.191%, 3.312%로 집계됐다. 만기 도래를 앞둔 CP 발행금리가 3.65%인 점을 감안했을 때 33~45bp(1bp=0.01%포인트)가량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NICE신용평가의 '긍정적' 등급전망 조정도 호재로 꼽힌다. 키움에프앤아이의 신용등급은 'A-'로 전업투자사들 가운데 가장 낮으며, 신용등급 'A' 상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키움에프앤아이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2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모회사인 키움증권의 지원을 바탕으로 조달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하나에프앤아이의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A+'로,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경우 기존 'A-'에서 'A'로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조달금리가 낮아져 마진이 늘어나는 구조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NPL 전업투자사들의) 시장 점유율에 회사채 발행 규모가 따라가는 분위기"라며 "대신에프앤아이도 연초에 이어 올해 2분기 이내에 공모채 추가 발행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