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만 챙기고 여의도와는 척 진 케이뱅크...문제는 '몸값' 눈높이 차이
입력 2025.06.20 12:07
    취재노트
    케이뱅크, 3차 IPO 재도전…NH·삼성 주관사로 낙점
    주주인 NH투증 제외하면, 사실상 매번 파트너 교체
    "상장 실패 원인 주관사에 돌린다"는 비판 나와
    몸값 포기 못하는 FI가 상장 실패 진짜 원인이라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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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나선 케이뱅크가 또다시 주관사단을 바꿨다. 지난해 10월 상장을 철회한 지 7개월 만이다. 3년 간 3차례에 걸친 주관사단 선정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린 건 케이뱅크의 '주주'인 NH투자증권이 유일했다. 

      매년 반복되는 IPO 시도에도 실패의 원인을 주관사 교체로 돌리는 듯한 모습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몸값을 포기 못하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상장 실패의 진짜 원인임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최근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 3년 간 두 차례 주관사단을 교체하며 벌써 세 번째 주관사단을 꾸렸다.

      케이뱅크는 1차 상장 도전에서는 NH투자증권·씨티글로벌마켓증권·JP모간을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구성했다. 2차에서는 NH투자증권 외에 KB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파트너를 교체했다.

      NH투자증권은 1~3차 시도 모두 주관사단에 포함됐지만, NH는 케이뱅크 지분 5.52%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NH투자증권의 참여가 거의 고정된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매번 파트너 구성이 달라진 셈이다.

      이런 잦은 주관사단 교체는 여의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관사단 선정 때엔 입찰제안서 제출을 포기한 증권사도 나왔다. 계약 방식도 업계 관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대표주관사 계약은 최소 2~3년 또는 '상장 완료 시'까지 유지되지만,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단과의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다. 

      주관사 선정 발표 자료에 '우선협상대상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드문 사례다. 일각에서는 '계약 전까지 방심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일종의 '갑질'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딜 사이즈가 크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대형 증권사 입장에선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불과 반년 전까지 함께했던 주관사를 이렇게 손쉽게 교체하는 건 파트너십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 IPO 실패의 근본 원인을 주관사에서 찾기보다는 '몸값'에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몸값과 케이뱅크의 원하는 밸류 간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이번에도 최소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가치가 4조 원을 밑돌면 FI들은 대주주인 BC카드의 케이뱅크 지분을 포함해 보유 지분 전체에 대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상장 실패가 곧 비씨카드의 재무 리스크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해 수요예측 과정에서 확인된 '투심'은 이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당시 기관 수요는 희망 밴드 하단조차 채우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공모희망가를 9500~1만2000원으로 제시했고, 주관사단은 공모가를 8500원으로 조정하려 했지만 FI가 9500원 이상을 고수하며 상장이 철회됐다.

      이번에도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크게 낮추지는 않은 채, 공모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FI와의 계약상 내년 7월까지 IPO를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몸값은 그대로 두되 수급 부담만 덜어 상장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이다..

      한 IB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물량을 줄여서라도 상장을 성사시키는 것이 현재 케이뱅크의 전략이다"라며 "애꿎은 주관사만 자꾸 바꾼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