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회의론 나오는 국가 AI…초대 'AI 수석' 배출한 네이버도 위험한 도박
입력 2025.06.23 07:00
    100조 쏟는 韓 소버린 AI…네이버 비전이 국정 전면에
    충분한 재원도 성과 보장 못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글로벌 빅테크 올해만 360조 투입…자칫하다 고립 우려
    네이버 시총 날아가는데…이권만큼 책임 만만치 않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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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철학인 '소버린(주권형) AI'가 국가 전략으로 채택됐다. 신설 대통령실 AI 수석도 네이버 출신이 맡게 됐다. 100조원 규모 AI 전략에서 네이버가 주도권을 쥔 형국이라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첫삽도 뜨기 전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려온다. 국가 재정을 천문학적으로 투입하는 만큼 정치적 상징성에 그치지 않을 성과가 필요한데, 소버린 AI가 워낙 실현 난도가 높은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주어진 기회 못지않게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6월 들어 네이버 주가는 40% 이상 올랐다. 100조원을 쏟아부어 AI 강국을 만들어내겠다고 공약한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을 초대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자 한국형 AI에 대한 기대감을 듬뿍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네이버가 새 정부 AI 리더십을 배출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하 수석을 위시해 네이버가 그간 강조해 온 소버린 AI 전략이 정책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반도체 설계부터 자체 AI 모델 구축, 서비스 개발·공급까지 직접 챙겨온 국내 유일 기업으로 통한다. 정부 역시 한국어 기반 대형 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까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게 정책의 주요 골자다. 네이버 철학과 비전이 국가 차원에서 펼쳐지는 양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전 선거캠프 시절부터 여러 안건들이 오갔는데 일찌감치 하 센터장과 네이버가 주도해온 소버린 AI로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라며 "대관 역량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네이버의 AI 기술력이 국내에서 가장 독보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버린 AI가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실현 난이도는 극히 높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라는 점이다. 

      일단 소버린 AI는 기술과 실행력 이전에 자본력에서부터 격차가 벌어지는 판으로 통한다. 중국이 딥시크를 내놓으며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졌다고는 하나 장당 수천만원 하는 가속기(GPU)를 수천에서 수만장 구매하고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경쟁에 본격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모델 크기를 키우고 추론 비용을 줄이고 필요 송전망부터 냉각까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대부분 과정에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생성 AI 등장 이후 글로벌 빅테크들은 설비투자(CAPEX) 중심의 자본집약적 구조로 재정의되고 있다. 

      민관 합쳐 100조원이라면 충분한 재원일 수 있지만 국가 AI 주권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또 별개라는 지적도 있다. 들인 돈만큼 성능을 갖춘다고 해도 외부 협력 생태계나 충분한 이용기반을 갖추자면 이미 시장을 선점한 AI 모델 수준의 경쟁력은 물론 외교적 수완까지 필요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한국 가치체계에 꼭 들어맞는 AI가 필요하다고 보는 측에서도 자칫하다간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내놓는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모델까지 구축해야만 한국에 특화한 LLM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우리가 양질의 한국어 기반 데이터를 충분히 갖추고 있느냐도 따져봐야 한다"라며 "돈은 돈대로 쓰고도 한국 외엔 수요처가 없는 갈라파고스가 될 거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많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메타와 같은 빅테크들이 AI에 투입하는 자금만 360조원에 달한다. 지난 수년 매해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더 크게 베팅하겠다는 것이다. AI 시장 판도가 워낙 빨리 바뀌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서비스가 당장 한국에 부합하지 않아 발생하는 만족도 문제 역시 몇 번의 업데이트로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장은 정부가 모처럼 파격적인 실험에 나선 것을 신선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지만 최종적으로 네이버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관료사회가 민간 출신 하 수석 기획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부터 최종 성과에 대한 책임이 어디를 향할지까지 벌써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네이버가 주도권을 쥔 동시에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제조업 대부분은 구조조정 대상이니 정부 차원에서도 AI나 스테이블 코인 같은 신산업 육성 의지가 클 수밖에 없다. 기술기업은 물론 금융권에서도 신규 이권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하다"라며 "AI에선 네이버가 일단 주도권을 쥐었는데, 이전 정부 핀테크 육성에서 카카오가 그랬듯 수년 뒤 성과에 대한 책임 역시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