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한국물 시장 직접적 영향은 적을 것"
"KP물 신흥국 채권 중 안정성 보장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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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외화채권(KP·Korean Paper)이 견조한 투자 수요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한국 시장에 대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에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우호적인 투자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으나, 한국물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국수출입은행(7억5000만유로), 한국주택금융공사(7억호주달러), 현대캐피탈(3억홍콩달러) 등이 KP 발행을 마쳤다. 이어 한화생명(10억달러), IBK기업은행(10억달러) 등이 오는 24일 발행을 앞둔 상태다.
6월 대선 이후 가장 먼저 조달 시장을 찾은 건 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은 총 7억5000만유로 규모의 유로화 3년물 그린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의 유로화 채권 발행을 위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5배가 넘는 수요를 확인했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올해 새해 첫 외화채 발행에서도 무난하게 투자 수요를 확보한 바 있다. 당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KP 전반에 대한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북빌딩을 통해 30억달러 규모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이다. 무디스는 'Aa2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A등급', 피치는 'AA-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군사 충돌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생명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10억달러씩 외화채 발행을 확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란 공습으로 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글로벌 시장의 우려가 있으나, 크레딧 시장이 크게 출렁이지는 않고 있다"며 "중동 리스크가 한국물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일어났던 비상계엄 등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한 기업의 자금조달 담당자는 “KP물은 미국채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신흥국 채권들 중에서는 안정성이 보장된 편이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또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물에 대한 회피 심리가 있는데 반사이익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KP물의 주된 수요처는 아시아 주요 투자 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대만 등 글로벌 투자자 수요가 견조하다는 설명이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투자자들이 KP 투자 시 메리트로 보는 요소 중 하나는 한국 정부의 외교 능력이다"며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계 국가 중에서도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한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의미하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9일 기준 35.12bp(1bp=0.01%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불확실성이 컸던 지난 4월 45bp로 연고점을 찍은 이후 약 10bp가량 떨어진 수치다. CDS 프리미엄이 하락은 대외 신인도의 상승을 의미하며,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낮춘다.
후발주자들의 발행 부담도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이후 한화에너지USA홀딩스코퍼레이션, 한국주택공사, LG화학 등이 차례로 외화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이어 기획재정부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예고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행되는 외평채로, 프라이싱 결과를 통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을 향한 투심을 엿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