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스테이블코인 기대에 카카오페이·네이버 강세
방산주는 외교 변수에 '혼조세'...나토 회의 불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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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에 따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으로 중동 리스크가 부각되며 코스피가 장중 2970선까지 하락했다. 강세장 소외 부담(FOMO)으로 인한 개인 매수세가 몰리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테마주에 수급이 집중되는 상황이 관측됐다.
올해 들어 가장 주목받던 테마주인 방산주는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불참키로 하며, 유럽향(向) 방산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23일 오후 1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포인트, 0.4% 하락한 약보합세로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2971.36까지 하락했으나,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코스닥은 1.4%가량 밀리며 낙폭이 코스피 대비 비교적 컸다.
오전장 증시가 약세를 보인 원인은 미국의 군사 행동 때문으로 분석된다. B-2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했고, 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글로벌 원유 수급 불확실성이 부각된 것이다. 23일 오전 7시30분 기준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36% 오른 배럴당 76.32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수급도 매도 우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4300억원, 기관이 7600억원을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이 1조2000억원규모 순매수를 보이며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 랠리하며 3000선까지 뛰어넘은 데 따른 'FOMO 랠리'로 분석된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테마는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증권주 테마를 타고 최근 급등한 미래에셋증권은 특허청에 KRWX, KRWM 등 8개 상표권을 등록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도 부각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오전 10시15분경 갑작스레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급락하는 등 엄청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말에도 시장가에 대규모 매수를 넣은 개인 주문 실수로 인해 주가가 순간 폭등했었는데, 이날도 비슷한 주문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 입소문을 타며 일시적으로 개인 매수가 몰렸고, 주문 실수가 겹치며 일어난 해프닝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 테마주 중 '대장주'로 꼽혔던 카카오페이 역시 오전 한때 상한가에 근접하며 9만9000원선을 넘기기도 했다. 4년만에 주가 10만원선을 넘봤지만, 단기 랠리에 따른 경계감으로 수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다. 네이버, KG모빌리언스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 테마주 역시 강세였다.
시장에서는 정부 주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 논의와 맞물려, B2C 결제 부문에서 기존 빅테크 플랫폼의 구조적 우위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이미 온라인·오프라인 결제 채널을 확보하고 있어, 유통과 결제 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 강점을 가진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플랫폼 기업은 결제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유통에 유리하며, 일정 자본 요건을 충족하면 발행자 지위 확보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 테마가 아닌 제도화 흐름에 대한 선제적 포지셔닝 차원에서 주가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달까지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핵심 테마주인 방산ㆍ우주 관련주는 이날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불참 결정으로 방산 외교 모멘텀이 약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방산 대표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 현대로템 등이 하락 또는 약보합세였다. 다만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미사일 공격-요격을 반복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며, 한국형 미사일ㆍ장사정포 방어체계 테마를 보유한 LIG넥스원은 4%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국방비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경우, 국내 무인기·유도무기·감시정찰체계 등 비대칭 전력 수출 확대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한편,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4원 오른 1375.0원에 개장했고, 장중 1383원까지 오르는 모양새였다. 확전 가능성 및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화 자산 보유 부담감이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