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경영권 매각' 롯데시네마-메가박스…성패 핵심은 '점포 효율화'
입력 2025.06.24 07:00
    지난달 양사 합병 MOU…수천억 신주 투자 유치 추진
    영화사업 가치 하락…새 투자자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
    합병법인 경영환경 개선 필요…근접 점포 축소가 핵심
    장기 임대차계약 맺어진 곳들은 효율화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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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멀티플렉스 2, 3위 업체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 후 외부 자금을 유치한다. 부진한 영화관 사업을 계속 안고 가기 어려운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의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통합법인이 새 주인을 맞으려면 지금보다는 좋은 경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점포 수와 중복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인데 영화관은 장기 임대차계약을 맺은 경우가 많아 큰 실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있다.

      지난달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영화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삼일회계법인이 합병 평가 업무를 하고 있다. 합병비율은 1대1로 거론된다.

      합병법인은 신주 투자 유치 작업도 진행 중이다. UBS가 여러 전략적 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들을 상대로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이르면 이달 중 투자설명서(IM)도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 기업가치는 2018년 롯데쇼핑서 물적분할됐을 때가 4316억원이었고, 이듬해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지분 교환 때는 9000억원을 넘었다. 중앙그룹은 2017년 메가박스 지분 일부를 운용사에 팔았는데 그때 기업가치는 5650억원이었다.

      당시는 연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자가 나는 터라 두 회사가 합쳐진다고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새 투자자가 수천억원을 투입하면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자금 사정이 녹록잖은 롯데그룹과 중앙그룹 입장에선 영화관 사업에 힘을 쏟기 쉽지 않다. 두 그룹이 합병법인을 공동경영하기로 했지만 실제론 새 최대주주를 사업적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시장에선 사실상 경영권 매각으로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어떤 방식으로 합병할 것인지도 아직 논의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중앙그룹 측도 "서로 합병을 위해 준비 중이며 투자 유치 규모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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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병법인이 새 투자자를 찾는 작업은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PEF들은 현금이 벌리지 않는 사업에 관심이 없다. 과거 영화관 사업에 투자했다 애먹은 곳이 적지 않다. 1위 CJ CGV는 해외법인 투자를 유치했다 고전 중이다. 대기업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 극장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합병법인이 시장의 관심을 받으려면 지금보다는 경영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최근 극장은 몇몇 대작 영화를 제외하곤 관객석이 텅텅 비는 경우가 많다. 근접 점포를 정리하고 중복 비용을 줄여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 점포나 직접 보유한 부동산에 영화관이 입점한 경우는 관객 모집이나 임차료 지급 고민이 덜하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극장들은 부동산 주인이 회사 측에 로열티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 경우는 계약 해지나 폐점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상당수 영화관은 회사가 장기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부동산을 활용하고 있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잔여기간 동안 발생할 임차료 전액을 일괄지급하도록 하는 조건이 붙은 경우가 많다. 원상복구 비용까지 고려하면 계약을 해지할 실익이 없다.

      결국 점포 수를 줄이려면 임대인과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때도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래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면 상당한 위약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극장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면 잔여 기간 임차료 전부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해지의 실익이 크지 않다"며 "두 개 층을 터서 쓰는 극장 특성상 원상복구 비용이 투자 비용에 맞먹어 여러 점포를 동시에 닫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