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생명 요양산업 진출 채비...후발 주자에 자본력 한계 어쩔까
입력 2025.06.24 07:00
    하나생명,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설립 신청
    첫 사업으론 경기 고양시 요양 시설 건립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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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금융이 KB, 신한금융에 이어 요양 사업에 진출한다. 자회사인 하나생명을 통해 내년 준공을 목표로 요양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시니어 특화를 내세운 그룹 기조에 맞춰 자회사들도 하나 둘 사업계획을 내놓는 모양새다.

      경쟁사 대비 늦은 진출, 턱없이 작은 자본 규모가 한계로 지적된다. 이미 요양사업에 뛰어든 KB와 신한금융도 수익 창출보단 미래를 위한 투자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사업 지속을 위해선 그룹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지난 16일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주식회사의 법인 설립 등기를 신청했다. 요양시설 등 노인복지시설을 설립하고 라이프케어 전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의 초대 대표이사는 황효구 전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이다.

      하나생명은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 요양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설계를 준비 중이다. 건립 규모와 입소 인원 등은 설계 마무리 단계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시설 건설에 앞선 인허가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사업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작년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한 만큼 금융권에선 요양사업 진출을 예견했다. 다만 사업 경쟁력에선 의문을 표하는 반응이 많다. 금융지주 중 후발 주자인 데다 요양 사업을 주도할 하나생명의 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KB금융은 2016년 KB라이프의 요양 사업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했다. 신한금융의 자회사 신한라이프는 작년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했다.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의 자본은 각각 4조4000억원, 7조원으로 하나생명(58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요양 사업은 비교적 풍부한 자금과 인력을 가지고 뛰어든 KB·신한도 고전하는 분야다. 시설 건립을 위한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기피시설로 인식돼 지자체로부터 건립 허가를 받는 것부터가 어렵다. 시설 이용 비용은 의료 수가로 정해져 있어 단기간 내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 시설 건립은 인허가를 받기 전까지 위치나 규모를 극비리에 부칠 만큼 반발이 크다"며 "이미 시설을 건립한 다른 금융사들도 수십년을 내다 보고 뛰어든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출사표를 던진 건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뚜렷해서다. 한국은 작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앞서 문을 연 KB·신한금융의 요양원은 대기자가 수천명에 달한다. 50대부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제 때 입소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앞으로 입소 우선권을 부여하는 종신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요양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 KB라이프가 관련 상품을 출시했지만, 보건복지부의 검토가 기약없이 늘어지며 우선권을 제외한 상품을 우선 출시한 바 있다. 업계는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상품 출시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수익 확보까지 장기전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에선 하나생명에 대해 그룹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하나생명은 하나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생명의 작년 순익은 124억원으로 생보사 중 하위권이다. 건전성 또한 당국 규제 기준을 밑돌아 작년 8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로부터 2000억원을 수혈 받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양 사업 진출은 지주 차원의 목표기 때문에 하나생명에 모든 부담을 지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자체 사업이 불가능한 자회사에 계속해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