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하이일드펀드 운용 전략
채권 운용 역량에서 성과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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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을 앞두고 하이일드펀드 운용 전략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로,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30% 이상을 확약을 한 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며, 향후 4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그간 단타 차익을 기대하며 공모주에 접근하던 정책형 펀드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는 공모주 시장의 과열과 가격 왜곡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투자기관이 공모주를 배정받으려면 최소 15일 이상 보유하겠다는 확약을 해야 하며, 확약 기간이 길수록 높은 가점을 받는다. 예컨대 6개월 확약 시 7점, 3개월은 5점, 15일 확약 시 2점의 가점을 부여받는다. 배정 물량 중 일정 비율은 이러한 확약 참여 기관에 우선 배정된다.
기존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책형 펀드, 즉 코스닥벤처펀드와 하이일드펀드 등에 별도 공모주 배정이 이뤄졌지만, 7월부터는 이들 펀드도 최소 15일의 의무확약을 해야만 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특히 단기 수익에 집중했던 정책형 펀드들의 운용 전략은 본질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하이일드펀드는 본래 신용등급 BBB+ 이하의 투자부적격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하지만 국내 정책형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 자격을 얻기 위해 일정한 자산 구성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전체 순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그 중 45% 이상은 BBB+ 이하 회사채에 투자해야 하며, 주식 편입 비중은 40% 이내로 제한된다.
결국 국내 하이일드펀드는 이름은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공모주 배정을 위한 '채권 중심 혼합형 펀드'에 가깝다. 이 때문에 IPO 시장이 위축되거나 제도적으로 확약 요건이 강화되면, 펀드의 수익성과 유인 자체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 하이일드펀드들은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토대로 성장해왔고, 상장 당일 단기 차익 실현을 통해 수익률을 추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IPO 77개 종목 중 96%에 달하는 74개 종목에서 상장 당일 기관투자자가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앞으로는 이러한 상장 당일 차익 실현 관행이 사실상 막히게 되면서, 리서치 기반이 약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수익성이 줄어드는 고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자칫 15일 의무보유 확약 기간 중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커졌다.
운용업계에서는 공모주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하이일드펀드의 '채권 운용 역량'이 성과를 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기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BBB급 이하 크레딧물의 스프레드 축소와 안정적 쿠폰 수익이 펀드 성과의 주된 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공모주보다 채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하우스별 운용 철학과 크레딧 분석 능력에 따라 하이일드펀드 간 성과 편차도 커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해외 하이일드 채권 시장의 스프레드도 축소 국면에 접어들며, 글로벌 분산투자 역량이 있는 운용사로의 자금 유입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결국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 수익이라는 보너스가 아닌, 본연의 채권 전략으로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 어느 때보다 개별 하우스의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고, 투자자들의 자금도 대형사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