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시장 핫매물 된 '포포인츠 조선 명동'…신세계그룹 이번에도 참전 포기?
입력 2025.06.26 07:00
    이지스, 객실당 6억원 이상 2500억원 규모 매각 희망
    판교·서울역 우선매수권 포기한 조선호텔, 선택 기로
    '제3자 지정 불가' 등 까다로운 우선매수권 조건 발목
    신세계프라퍼티 등 계열사 통한 우회 참전 가능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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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명동'(이하 포포인츠 명동)이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진행하는 이번 매각에서 최대 관건은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신세계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참전 여부다.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매수 조건으로 신세계그룹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하고 오는 24일 포포인츠 명동 호텔 매각을 위한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총 375실 규모의 포포인츠 명동은 매도자 측이 객실당 6억원 이상, 총 2300억원 이상의 거래가를 제시하면서 올해 비즈니스호텔 매매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포포인츠 명동은 서울 중구 저동에 위치해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아 국내 비즈니스 4성급 호텔 중 입지가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매각에는 조선호텔 외에도 다수의 국내외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산하 자산운용사와 블루코브자산운용 등을 비롯, 현장 투어에는 20여개 기관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입지 좋은 비즈니스 호텔은 '없어서 못 산다'는 분위기"라며 "명동 호텔은 입지가 워낙 좋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이하 조선호텔)는 오는 2040년까지 이 호텔의 마스터리스(책임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운영사로서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호텔의 최대주주는 이마트(99.96%)로, 실질적으로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결정이 매각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조선호텔의 우선매수권 행사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마스터리스 계약 체결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은 조선호텔과 '제3자 지정을 통한 우선매수권 행사 불가' 조항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조선호텔은 운용사와 함께 리츠나 펀드를 설정해 호텔을 매수하는 것이 제한돼, 직접 매수만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조선호텔에 상당한 재무 부담을 의미한다. 올해 초 매각됐던 서울역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처럼 담보인정비율(LTV) 70% 수준의 대출을 받더라도, 최소 75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선호텔의 지난해 기준 연결 영업이익은 415억원, 당기순이익은 179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경영난을 겪은 신세계건설 레저사업부문을 양수하면서 2078억원을 지출, 순차입금은 1조1200억원에 이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금 보유액은 196억원에 불과하지만, 단기성차입금은 2611억원에 달해 유동성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2000억원대 규모의 투자는 현 재무 상황으로는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장기 임차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핵심 자산을 놓칠 수도 없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조선호텔은 최근 두 차례 우선매수권 행사을 포기한 이력이 있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의 경우 조선호텔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 올해 3월 맥쿼리자산운용이 매각한 포포인츠 서울역 역시 조선호텔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했음에도 입찰 참여를 고민하다 포기했다.

      신세계그룹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열 자산운용사인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과의 협업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조선호텔 대신 이번 인수전에 참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세계 측은 향후 '신세계 스타리츠' 편입을 통한 유동성 확대 방안도 함께 구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명동 호텔의 경우 좋은 입지로 경영 안정성이 높아 조선호텔 자체 현금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딜의 난이도는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KB자산운용이 인수한 포포인츠 서울역 호텔과 마찬가지로 우선주와 보통주를 나누지 않은 단일 트랜치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원금 상환과 배당에서 우선권을 부여받는 우선주 구조가 없을 경우, 연기금과 공제회 등 보수적 투자자들이 참여를 꺼릴 수 있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호텔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코로나 트라우마'라는 대외 변수애 대한 불안함이 여전히 남아있어 투자자들이 신중해야 한다는 상황"이라며 "서울역 호텔의 경우도 KB 블라인드 펀드가 참여했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 자금 모집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참전 여부가 이번 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호텔이 참여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바탕으로 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재무 부담으로 인해 신중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조건이나 매각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