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회복 등 증시 반등 우호적 환경 조성됐지만
의무보유확약 강화로 공모가 하향 압력…FI와 주관사 조율이 관건
새 정부 출범에 거래소·금융당국 심사 기조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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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중소형주의 선전과 대어급 IPO 철회가 교차한 가운데,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DN솔루션즈, 무신사, 한화에너지 등 상반기 상장을 철회하거나 보류했던 주요 기업들이 연내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랠리와 함께 IPO 제도 개편 등 굵직한 변수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결국 대어급 기업들이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고 상장에 나설 수 있을지가 하반기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단 평이다.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은 예비심사 청구 건수 급감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대형 딜의 줄줄이 철회로 다소 힘이 빠졌다는 평가다.
1월 상장을 추진했던 케이뱅크가 기업가치에 대한 FI의 이견으로 상장을 접었고, 5월에는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했다. 여름 상장을 예고했던 SK엔무브도 중복상장 논란 등으로 예심 청구 전 단계에서 발걸음을 멈추면서, 상반기 대형 IPO 중 실질적으로 입성에 성공한 사례는 LG CNS와 서울보증보험 정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반기 미완'으로 남은 대어급 기업들의 하반기 재도전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5조원대 몸값이 거론됐던 DN솔루션즈와 4~5조원 규모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한화에너지가 연말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수년간 상장 타이밍을 저울질해온 무신사도 올해는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복수의 증권사가 '무신사 전담팀'을 꾸리고 상장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대명소노인터내셔널, 명인제약, 대한조선 등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예비심사 결과를 대기 중이며, 메가존클라우드는 3분기 내 심사 청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교체 이후 주가가 반등하며 증시 전반에 훈풍이 부는 상황도 IPO 시장에 긍정적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공모주는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코스피가 2900선을 넘기며 반등 흐름을 이어가는 현 상황은 IPO 재도전 기업들에 유리한 여건이라는 평가다.
변수도 존재한다.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IPO 제도 개편으로 인해 공모가 산정이 이전보다 더 보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물량으로 채워야 하는 조항이 도입된다. 2025년 말까지는 30%, 이후엔 4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배정해야 하며, 기준에 미달할 경우 주관사는 전체 공모 물량의 1%를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시장에선 이 제도 변화가 IPO 공모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확약 물량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관사는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레 기존 FI들의 수익 기대치와 충돌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케이뱅크와 DN솔루션즈는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자 FI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심사 기조 역시 불확실성 요소로 꼽힌다.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는 상장 심사 기준을 한층 강화했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직 개편도 예정돼 있어 하반기 심사 난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형주나 실적이 미비한 기업들보다는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에서 더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분위기다. 기존 주주 보호와 관련한 정치적 민감도까지 고려되는 만큼, 심사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실제로 SK엔무브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거래소는 예비심사 전 단계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을 요구하며 상장에 제동을 걸었다. 상장사 자회사의 IPO를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확산된 상황에서 거래소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하반기 IPO 시장의 향방은 결국 거래소의 심사 기조와 주관사·FI가 공모가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조율하느냐에 달렸다"며 "시장 분위기 자체는 우호적이지만, 변수들이 산재한 만큼 대어급 기업들이 연내 다시 상장에 나설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