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반복되는 SK이노의 SK온 수혈…그동안 그룹 자원은 얼마나 소모됐나
입력 2025.06.27 07:00
    FI 유치, 증자, 고객사 대출, 정책금융 동원에도 또 지원 필요
    SK온 앞 순차입금만 23조…현대차 잘 팔려도 재무부담 여전
    SK온 FI들 설득 작업 만만찮을텐데…"얼마나 요구할지 몰라"
    그간 투입한 비용 계산 불가…회수 걱정 이전에 SK 평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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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은 매년 상반기마다 SK온 수혈 문제로 골치를 앓아왔다. 올해 수혈 작업은 규모나 난이도 모두 전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통한다. 더 이상 내어줄 수 있는 자원도 몇 남지 않은 터라 종착점이 가까워졌단 관전평과 함께 그동안 배터리 사업에 그룹 자원을 얼마나 소모했는지, 과연 회수가 가능할지 꼽아보는 목소리가 시장에 가득하다.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 지분 30%를 되사오기로 결정했다. 정부 당국이 중복상장을 사실상 불허할 방침이라 양측이 조율해 조기 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적 투자자(FI) 정리가 마무리된 만큼 SK엔무브는 다시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가 된다. 다음 수순은 SK온과의 합병이 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색해진 지난 3년 지원책…매년 되풀이되는 SK온 수혈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 시나리오 자체는 이미 작년 한 차례 시장에 새어 나온 적이 있다. FI 유치, 모회사 증자, 고객사 대출, 정책금융 지원으로도 현금 관리가 안 되는 SK온에 매년 수천억원의 순익을 내는 윤활기유 사업을 붙이면 재무 안정성이 보강되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그러나 적격상장(Q-IPO)으로 회수를 약속받았던 ICS에서 반대하며 무산됐고 최종적으로는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합병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당시 합병을 검토했던 투자업계 한 인사는 "영업이익이 1조원씩 찍히는 SK엔무브를 붙이면 SK온 적자를 상쇄하는 동시에 수조원 증자 효과도 있고, 6조원가량 추가 차입 여력까지 따라붙는다"라며 "시간이 걸려도 전기차 전환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윤활유는 점차 소멸할 시장이고, 배터리 중심의 에쿼티 스토리에도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는데, FI 반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1년 만에 합병안이 재부상한 건 배터리 사업의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신공장이 출범하며 SK온 현지법인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지만 전체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 그간 누적된 손실을 끊어내기까지는 또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기 어렵다. 현금흐름 기준으로도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길어지며 1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23조원, 부채비율은 250%를 넘어섰다. 

      생산기지 확장이 종료되는 올해 SK엔무브를 흡수합병시키면 최소한 빚을 줄이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이 달리 더 내어줄 자산도 마땅치 않다.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치솟나 했지만 정유 사업 전망은 다시 혼탁해졌다. 석유화학은 구조조정 대상이고 석유개발(E&P) 사업은 수익성이 좋다지만 친환경 배터리와 너무 이질적이다. SK이노베이션 자체로도 SK㈜ 지원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직접 증자할 여력은 당연히 제한된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FI를 유치하건 모회사, 증권사들이 증자를 해주건 매년 상반기마다 돈이 바닥나는 패턴이 4년간 반복됐다. SK온 차입금이 모회사 신용도까지 짓누르고 있는데 더 이상 돈 빌려줄 곳을 찾기도 어렵다"라며 "지금 SK온은 무조건 돈 벌어오는 사업장을 붙여야 하는 단계로 보고 상반기 내도록 관련 작업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동의하기 어려운 FI들 설득하는 데만 또 수조원  

      문제는 앞으로 남은 관문이 더 복잡하다는 점이다. SK온에는 SK엔무브보다 더 많은 FI가 몰려 있다. 

      단일 FI였던 SK엔무브와 달리 수혈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PE 컨소시엄과 MBK컨소시엄 합쳐서 투자 원금은 2조8000억원, SK이노베이션이 보장한 수익률은 연 복리 7.5% 수준이다. 추가 합병으로 SK온 덩치가 커지면 회수 문턱이 또 올라간다. 작년 SK엔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이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주주간계약에 더 많은 권리를 제공했어야 했다. 

      이들이 합병에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 SK엔무브와 마찬가지로 정리 작업에 나서야 한다. 시장에선 현재 진행 중인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내 잔여 자산 유동화를 두고 FI들을 위한 재원 마련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위시해 국내 금융권 전체가 달려든 형국이라 돈을 마련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I들이 어느 정도 수익률을 요구할지는 미지수다. ICS는 SK엔무브 배당으로 이미 수천억원을 회수한 상태였지만 SK온 FI들은 그렇지 못하다. 

      PE업계 한 관계자는 "SK온은 손자회사라 SK㈜-SK이노베이션-SK온까지 이중 중복상장 격이다. IPO를 통한 회수 경로가 막혔으면 FI를 빨리 내보내는 게 현실적 탈출구"라며 "기존 계약과 달라지는 거라 결국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들이 7.5% 수준 보장수익률에 만족할까. MBK컨소시엄은 처음 SK온이 프리 IPO에 나설 때도 국내 FI보다 깐깐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애를 먹은 상대"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LNG 밸류체인을 유동화하고, FI와 협상하고 SK온 지원을 마쳐도 그 이후 걱정 역시 만만치 않다. 차입으로 잡히지 않게끔 유동화 구조를 마련한다 해도 SK이노베이션은 고리의 이자를 추가로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SK E&S의 알짜자산 대부분을 내주면서 이자만 늘어나는 구조라 부담이 곱절이 되는 형국이다. 국민연금 반대를 무릅쓰고 합병을 밀어붙여 얻게 된 효과도 대부분 희석된다. 

      남은 카드 마땅찮고 앞으로가 더 걱정…"그룹 위신 문제"

      추가 지원에도 불구하고 SK온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할 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전방 전기차 시장의 향방은 후방 배터리 공급사의 사업적 수완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올해 중 늘어날 경쟁사들의 해외 생산 캐파(Capacity)를 감안하면 공급과잉이 언제쯤 해소될지도 불투명하다. SK이노베이션이 추가로 꺼내 쓸 수 있는 수단이 몇 남지 않게 되기 때문에 돌고 돌아 지주사 SK㈜로 부담이 재차 향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을 위시해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지원에 투입한 자원이 막대한 만큼 평판 리스크가 두고두고 따라붙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SK온 FI들의 자금에는 연기금, 공제회 등 통상의 출자자(LP) 외에 금융권 개인고객 자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실제로 투자업계 내에서도 그룹 알짜자산을 포함해 시중 유동자금을 이만큼 밀어 넣었어야 할 일이냐는 불안감을 쉽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자에 쓰인 현금 외에 막대한 이자, 매각했거나 유동화한 자산에서 발생할 미래 수익, 그간의 기회비용 등을 따지면 SK온 지원에 소모된 자원을 일일이 계산하는 게 불가능하다"라며 "어떤 결론이 나건 이미 그룹 위신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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