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장 교체 목전?…사실상 M&A 올스톱된 김영섭號
입력 2025.06.27 07:00
    정권 교체와 함께 확장 행보 '급제동'
    티오더 등 김영섭 추진 ICT딜 지지부진
    호텔 매각도 우량 자산 제외로 규모 축소
    하반기 인사 앞두고 정치권 입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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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KT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추진해온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ICT) 중심의 인수합병(M&A)과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부동산 매각이 모두 '올스톱'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차기 대표 선임을 앞두고 내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과거 구현모 전 대표 라인의 복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KT 경영진의 향방에 투자업계 관심이 쏠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가 시장에서 추진하던 주요 거래들이 정권 교체 이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김영섭 대표가 AICT(AI·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적극 검토했던 ICT 스타트업 인수 건들이 줄줄이 무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테이블 오더 시장 1위 업체 '티오더' 인수도 끝맺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가치 3000억원 규모로 평가받는 티오더는 KT가 소상공인 사업 확장을 위해 눈독을 들여온 핵심 타깃이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가 지분 약 60%를 보유한 가운데, KT는 상당 지분 인수를 통한 사업 시너지 창출을 기대해왔다.

      정권 교체와 함께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 자문업계 고위 관계자는 "KT가 매수자 측에서 진행하던 딜이 거의 중단됐다"며 "정권이 바뀌고 김영섭 현 대표 중심의 IT 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티오더 외에도 KT는 그간 ICT 스타트업 인수를 위해 꾸준히 IB업계로부터 제안을 받아왔다. 일부 건에서는 유의미한 진전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지연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섭 대표의 핵심 구상 중 하나였던 부동산 매각도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당초 1조원 규모로 기획됐던 호텔 매각 계획에서 우량 자산들이 줄줄이 빠지면서 시장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업계에선 강남 안다즈 호텔이 매각 후보에서 빠진 것을 두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안다즈 호텔은 2019년 개관한 신축 건물로, 하얏트 계열 5성급 호텔이라 입지와 수익성 면에서 최우량 매물로 평가받아 왔다. 해당 호텔 하나만으로도 4000억원대 거래 금액이 예상됐지만, KT는 결국 이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 산하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레지던스'와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등 5성급 호텔 2곳만이 매각 대상으로 남은 상황이다. 이마저도 김영섭 대표의 차기 인사가 본격화되는 올해 10월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딜 클로징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KT가 보유한 우량 호텔들이 대거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매력 없는 것 2개만 매각하겠단 의사를 부동산 운용사들에 전한 상황"이라며 "시장에서는 상당한 실망감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 차기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전임 정부 시절 승진한 인사들을 전면 교체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구현모 전 대표 라인의 부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KT 대표를 지낸 구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퇴임한 이후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ICT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여당 소속 조승래 의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출신으로 ICT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통신업계 인사 판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당 양문석 의원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KT 차기 인사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가 더욱 미묘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출신인 양 의원은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과 동문 관계로 알려지면서 통신업계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양 의원은 지난해 말 일부 통신사들의 대관 인사에도 깊은 관여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구 전 대표가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승래, 양문석 등 ICT 분야 핵심 인물들이 각각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다"며 "이들의 움직임이 향후 그룹의 인사 및 M&A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KT 주주총회는 내년 3월 예정이지만, 차기 대표 등 임원 인사는 올해 10월부터 공론화될 전망이다. 김 대표가 추진해온 각종 정책들의 운명도 이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KT 측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다양한 딜을 검토 중"이라며 "추가적인 액션은 없었지만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을 뿐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