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산업용 세탁업 중소적합업종으로 권고
'B2B 성장성 핵심' 앞세운 매각 전략 변수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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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크린토피아가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산업용 세탁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향후 인수전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B2B(기업 간 거래) 부문을 성장 동력으로 강조해온 매도 측 입장에서는 다소 복잡한 셈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26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크린토피아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다음 달 말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UBS는 이번 주 국내외 주요 PEF를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JKL파트너스 관계자는 “국내외 PEF들이 주요 인수 후보로 검토되고 있으며,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7월 말 예비입찰을 목표로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 측은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를 5000억원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6월 결산 기준) 크린토피아의 EBITDA는 약 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매도자는 10~12배 수준의 멀티플 적용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2021년 5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크린토피아 지분 100%를 1900억원에 인수했다. 최대 실적 경신이 이어지면서 인수 후보자들은 실적의 지속 가능성과 구조적 성장 여력을 더욱 중요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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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포화 상태로 평가받는 가정용 세탁 시장과 달리, 산업용 세탁 및 B2B 부문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린토피아는 2015년 의료 세탁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21년에는 유니폼 세탁 시장에 진출했고, 2023년에는 호텔 린넨 세탁 전문 기업인 크린워시를 인수하며 호텔 세탁 시장에도 진입했다.
이러한 배경에 투자자들도 눈여겨보는 분야다. 한국 맥쿼리자산운용 PE투자본부(맥쿼리PE)는 올해 초 약 3000억원에 호주의 섬유 특수세탁 업계 1위 업체인 린넨서비스오스트레일리아(Linen Services Australia·LSA)를 인수했다. LSA는 호주 주요 도시에 19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의 70% 이상이 의료기관과 요양시설의 환자복·침구류 등 특수세탁에서 발생한다.
크린토피아 역시 산업용 세탁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가 이 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권고한 결정은 매각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반위는 지난 25일 회의에서 ‘의료용 세탁’을 제외한 산업용 세탁업에 대해 향후 3년간 대기업의 신규 진입 자제를 권고했다. 산업용 세탁업은 산업·상업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탁 서비스 전반을 포함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신규 기업의 진입뿐 아니라, 기존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도 제약이 따른다. 기존 고객군 외에 신규 고객은 중소사업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구조이며, 기존 장비의 노후화에 따른 교체나 기존 공장 설비의 증설은 허용되지만, 공장 신설 등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의회를 통해 협의해야 한다. 해당 협의회에서는 상생 문화 확산과 필요한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권고의 적용 대상 대기업에는 한국공항, 신라에이치엠, 캐처스, 크린토피아가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크린토피아의 산업용 세탁 사업 확장에 제한이 생길 수 있으며, 소상공인과의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향후 사업 확장 전략 수립 시 사회적 책임 이슈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다른 대형 사업자의 진입이 제한되는 점은 크린토피아의 시장 지위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상생 요구 강화로 인해 수익 구조나 확장 전략에 일정 부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매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나, 권고가 3년 한시적이기 때문에 향후 변경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대한 인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더본코리아 사례에서 보듯, 가맹점주와의 관계, 브랜드 이미지, 정책의 투명성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인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까지 겹치며 인수 검토 시 고려해야 할 비재무 리스크가 한층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 및 국회는 PEF가 소유한 식음료(F&B)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며 업계의 촉각을 곤두서게 한 바 있다.
한편, 가정용 세탁 시장에서 ‘동네 개인 세탁소’가 줄어드는 추세는 기업형 프랜차이즈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국 동네 세탁소는 2017년 약 3만 곳에서 최근에는 2만 곳 안팎으로 줄었으며, 세탁업소의 신규 개업 수는 2015년 917개에서 2024년 350개로 크게 감소했다. 개인 세탁소는 가업 승계가 잘 이뤄지지 않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처지며 프랜차이즈 세탁소에 점차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개인 세탁소는 줄어들고 있지만, 국내 세탁 시장은 모바일 기반 세탁 플랫폼의 확산 등으로 점차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크린토피아 외에도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 워시스왓(세탁특공대) 등 다양한 세탁 서비스 업체들이 활동 중이다. 다만, 의식주컴퍼니는 2018년 창업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약 23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크린토피아가 세탁 서비스 시장 내에서 견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대목이다.
한 PEF 관계자는 “산업용 세탁을 포함한 B2B 성장 가능성이 이번 매각의 흥행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맥쿼리, CVC 등 외국계 PEF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