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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발행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았지만 주요 그룹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돼 회사채 조달만으로는 신용등급이나 부채비율을 관리하기에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6일 금융투자협회는 '2025년 하반기 채권 및 크레딧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을 주제로 채권 포럼을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상만 하나증권 상무는 하반기 예측에 앞서 아직 확인해야 할 국내외 변수들이 남았다고 짚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것은 맞지만, 아직 새 정부의 정책이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부동산 정책 방향성과 오는 7월 본격화될 미국 관세 협상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평이다.
김 상무는 하반기 크레딧 시장을 보수적으로 내다보면서 그 이유로 상반기에 발생한 홈플러스 사태와 보험사 후순위채 미상환 이슈 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하반기로 넘어와 해당 사안의 결론에 따라 투자심리가 부정적으로 향할 가능성을 꼽았다. 실제로 홈플러스 사태 이후 하위등급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의 발행이 어려워졌으며 BBB등급의 발행잔액은 소멸상태로 집계됐다.
상반기 회사채 발행시장 분위기는 좋았지만 작년 대비 하위등급의 발행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등급의 리스크 관리가 대두되는 가운데 발행사는 발행할 수 있으면 유리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김 상무는 기업의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2021년 이후 주요 그룹들의 설비투자와 지분투자가 증가하면서 2022~2023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현금부족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순차입 규모가 2020년 대비 70조원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주요 그룹사들이 외부 차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서 "회사채 시장에 나오면 잘 소화되고 있긴 하지만 회사채로 조달하는 것에 한계가 오고 있어 유상증자까지 등장했다. 상위 대기업마저 유상증자를 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나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질적인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차전지 등 일부 산업들은 기업이 알아서 해결하게 두기엔 쉽지 않아 정부의 공급망안정화기금,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추진 등 외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산업군별로 등급하향 압력이 높은 업종은 부동산 노출도가 큰 건설, 신탁, 저축은행 등과 석유화학, 소매유통 등이 지목됐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은 실적저하로 신용등급 하향조정 추세가 이어져왔는데, 그룹의 지원 여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다.
입력 2025.06.26 18:20
"새 정부 정책·미국 관세 협상 결과 등 확인해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26일 18:1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