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 이어 동양생명까지...성대규 사장 PMI 리더십 또 '시험대'
입력 2025.06.30 07:00
    성대규 우리금융 인수단장, 동양생명 PMI 진두지휘 예상
    과거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도맡았지만 '잡음'도
    동양생명 노조, 파업권 확보 중…취임하자마자 갈등 빚나
    신한 출신 인사 영입설에 '뒤죽박죽' 조직문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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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동양생명의 차기 사장으로 성대규 현 우리금융지주 생명보험 인수단장(부사장)이 내정됐다.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을 이끌며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킨 경험이 있는 인물로, 이번에도 인수 후 통합(PMI)을 맡을 적임자라는 평가다. 

      다만 신한라이프 사례처럼 인사·조직 융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신한라이프는 앞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그 여파가 아직도 일부 남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 단장은 다음달 1일 열리는 동양생명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이며, 사장 취임과 동시에 동양생명의 본격적인 PMI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사 배경으로 성 단장의 금융 관료 경험과 생명보험 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꼽는다. 성 단장은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쳤다. 이후 신한생명 사장을 맡아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 작업을 주도했고, 2021년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의 초대 사장을 역임했다.

      신한라이프는 통합 이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보험영업이익 부문에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빅3인 삼성·한화·교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신한라이프가 체질을 개선한 기반에 일정부분 성대규 전 사장의 공이 있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신한라이프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점은 여전히 큰 부담 요인이란 지적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양측 모두 강성노조를 보유한 가운데, 인사 및 조직 통합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특히 외부 출신인 성 단장이 신한라이프의 문화 정착 과정에서 내부 저항에 직면하면서 ‘신한 DNA 이식’이 지연됐다는 평가도 업계에서 나왔다. KB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후 빠르게 ‘KB문화’를 심은 사례와 비교되며, 성 단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었다.

      동양생명은 상황이 더 복잡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노조는 위로금 지급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 중이며, 파업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향후 PMI 과정에서 대규모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양생명 한 관계자는 "과거 오렌지라이프 매각 위로금 지급 당시 성 대표도 관여를 했을텐데, 현재는 계약 상황 관련한 '키'를 쥐고 있는 쪽인데도 매수자가 위로금 등을 지급하는 선례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사관계를 풀기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성 단장이 과거 몸담았던 신한라이프 출신 인사들의 영입설이 흘러나오며 조직 내부의 긴장감도 감지된다. 일각에선 동양생명에 ‘신한 DNA’를 이식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동양생명, ABL생명, 우리금융, 신한라이프 등 각기 다른 조직문화가 한데 얽히는 상황이 전개되면, ‘뒤죽박죽’ 보험사라는 우스갯소리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주 동양생명 주요 임원들을 해임한 자리를 구 신한생명 출신들이 이동하면서 채울 걸로 예상된다”라며 “성 단장 주도로 신한 사람을 빼서 동양에 갖다 넣고 있는 상황인데, 신한이나 동양 양쪽에서 모두 달갑지 않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성 단장의 중용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임 회장은 대형 M&A 성과를 가시화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PMI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를 투입해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다만 우리금융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핵심 계열사 사장을 맡게 되면서 내부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임 회장과 성 단장은 '모피아'로 불리는 재무부 인맥으로 얽혀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 증권제도과장을 역임한 임종룡 회장은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통한다. 성대규 단장도 이헌재 전 장관의 사촌동생이자 역시 재무부 관료 출신인 이윤재 전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과 재무부 사무관 시절 손발을 맞췄다. 

      이윤재 전 비서관이 공직 생활을 정리하고 민관 리서치 조직인 '코레이'(KOREI)를 창립했을 때, 성 단장은 정부 민간교류의 일환으로 코레이에 합류해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재무부 금융정책국 보험제도과, 금융위 보험과장을 거친 성대규 단장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시절 보험개발원 원장으로 선임됐고, 이 경력을 기반으로 보험사 CEO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성 단장이 신한라이프 시절 PMI에 진땀을 뺀 이유 중 하나로 '출신'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왔던 바 있다. 경영자 경험이 없는 외부관료 출신이 중용되자, 피인수자인 오렌지라이프는 물론, 아군이어야 할 신한생명까지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인수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 인수는 임 회장 재임 중 가장 중요한 승부처 중 하나”라며 “경험 있는 인사를 투입해 조직 통합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잘못 접근할 경우 동양생명이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