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조사에 몸 사린 발행사, 움츠러든 '캡티브'…KB證 DCM 주선 선두 재탈환
입력 2025.06.30 07:00
    [2025년 2분기 집계][DCM 주관·인수 순위]
    다시 벌어진 순위권 격차…KB證, 1위 재탈환
    발행사, 캡티브에 소극적…대형사 쏠림 심화
    키움證 적극적 영업으로 미래·삼성證에 앞서
    한화그룹, 2분기에만 1兆 넘게 발행하며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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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반기 채권자본시장(DCM)은 1분기 중·소형사들이 약진하며 혼전 양상을 보였지만, 2분기 당국의 '캡티브 영업' 검사가 본격화하면서 다시금 상위권 증권사들의 입지가 공고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발행사들이 당국의 눈치에 몸을 사리면서,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되었단 평가다.

      NH투자증권에 1위를 내주며 1분기를 시작했던 KB증권은 2분기 SK그룹의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을 독식하는 등 영업을 강화하며 1위 재탈환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신디케이션본부 산하에 구조화금융부를 신설하며 자산유동화증권(ABS) 주관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KB증권에 2조7000억원 이상가량 뒤지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5년 2분기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 규모는 51조9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발행량을 보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46조7843억원)보다도 10% 이상 늘었다. 

      1분기 NH투자증권이 근소한 차이로 KB증권을 앞섰고, 3~5위권의 격차도 크지 않은 등 혼전 양상을 보였다면, 2분기에는 다시금 상·중·하위권 간 격차가 뚜렷해졌다. 1위 KB증권이 NH투자증권에 여유있게 앞섰고, 그 격차에 준하는 수준으로 3위와 4위인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중위권을 형성했다. 5위 SK증권은 신한투자증권과 6000억원 가까이 주관 규모가 벌어졌다.

      하위권에서는 키움증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속된 인력 이탈 등으로 커버리지 영업력이 약해진 미래에셋증권을 누르고 6위까지 올라섰다. 키움증권은 전통적으로 리테일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하우스다. 최근 토스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경쟁사들이 리테일 쪽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키움증권은 ECM과 DCM 등 전통 IB에 힘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순위권 간 격차가 더 벌어진 데는 당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캡티브 영업' 검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지난 4월부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현장 검사에 돌입했는데, 현재는 업계 선두권 주관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주관사는 물론 발행사들도 '몸사리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통상 중·소형사들은 회사채 주관 자격을 따내기 위해 계열사들의 참여를 약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국의 조사 이후 일부 발행사들이 이같은 캡티브 영업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리그테이블 상위권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주관사를 꾸렸다는 설명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괜히 당국 조사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일부 발행사들이 '캡티브 활용을 지양해달라', '리그테이블 순위대로 주관사를 선정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라며 "이 때문에 대형사 위주로 주관사 선정이 이뤄졌고,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300억원 내외의 근소한 격차이긴 하지만, 일반 회사채 주관에서 신한투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을 앞선 것도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신한투자증권과의 주관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3위 자리를 공고히 했던 까닭이다. 이는 절대적인 규모보다 주관 수수료 등 수익성을 더 중요시하는 한국투자증권의 기업문화가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대형사들은 리그테이블 순위를 고려해 절대적인 주관 규모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KPI에 수수료가 반영돼 있다"라며 "아무래도 일반 회사채보다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수수료가 큰 딜에 영업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이 회사채 주관을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업 본인가 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우리투자증권과 공격적인 인력 영입으로 기업금융본부를 세팅한 메리츠증권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표주관을 맡지는 못하고 있지만,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며 서서히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상반기 SK브로드밴드와 LX판토스, LX하우시스, SK이노베이션 등의 회사채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 발행사가 미래에셋증권의 주요 커버리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현주 캐피털마켓본부장의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박현주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기업금융1본부를 담당하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으로 합류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사들의 채권 발행을 주관하며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 출신 송창하 기업금융본부장을 필두로 1차적인 조직 세팅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상반기 고려아연과 SK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회사채 주관과 인수가 금융채에 치중돼 있어, 커버리지 확장이 숙제로 남아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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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기업집단별 회사채 발행량은 SK그룹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활발한 발행을 이어가며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에만 지주사를 포함해 무려 20개의 계열사가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SK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총 6조9500억원을 발행하며, 2조9600억원 수준인 2위 LG그룹과의 격차를 벌렸다.

      한화그룹은 2분기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현대차그룹을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한화생명보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리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10개의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최근 한화그룹이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넓혀 가면서, 주관사들은 한화그룹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 추세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해 역대급 발행 규모로 올해는 예년만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상반기를 지나고 있는 현재, 올해 전체 발행량이 지난해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반기에도 한두 차례 금리가 추가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발행사들이 저금리에 조달을 활발히 이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하우스마다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하반기에도 기준금리가 적어도 한 차례는 더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이미 금리 인하가 기대감이 발행 금리에 선반영돼 금리가 많이 낮아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추가적으로 발행 금리가 떨어질 여지가 있어 올해 전체 발행량은 지난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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