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에 주가만 널뛰기
입력 2025.06.27 16:12
    코인 곁눈질
    상표권 출원 이어져…스테이블코인 테마주 '요동'
    "이슈만 띄우나"…부실한 사업 준비에 업계 우려
    실적 경쟁에 조직 간 엇박자까지…내부 혼선도 심화
    "시장 오인 우려"…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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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을 암시하는 상표권 출원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 준비는 부실한 경우가 많아, '이슈 선점'에만 집중하는 기업들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부상하자 이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총 18개 상표권을 출원했고, 미래에셋증권 또한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인 NHN KCP는 11건, 게임사 넥써쓰도 4건의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 또한 비은행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앞다퉈 상표권을 출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KBKRW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32건을 특허청에 출원했고, 하나은행도 HanaKRW 등 16개, 카카오뱅크도 BKRW 등 12개를 등록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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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기업들의 실제 준비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만 등록해 놓고 구체적인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확보는 미비한 곳들이 많다"며 "이슈만 띄우고 주가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표권 출원 소식이 전해진 일부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한국은행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우려 표명 이후 급락하는 등 출렁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 평가되는 카카오페이 주가는 전월 대비 145.9%까지 급등했다가, 투자위험종목 지정에 따른 거래정지 이후 거래가 재개된 27일 전 거래일 대비 10%대 이상 급락했다.

      최근 카카오페이와 함께 오름세를 나타냈던 카카오뱅크 주가도 26일 이후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계열사 상표권 출원 소식이 알려진 지난 23일 주가가 전일 대비 10.3% 상승하면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지만 26일부터 하락 전환하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같은 현상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미래 금융 키워드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업계 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도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서에서는 실적을 쌓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실제 주관 부서와 갈등을 빚는 등 조직 간 엇박자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표권 출원 이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뒤따르지 않거나, 관련 기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업계 우려도 커지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경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도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단순 상표권 출원만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시장에 오인될 수 있다"며 "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