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주담대 규제에 은행 대출 판 '흔들'…기업대출로 돌파 가능할까
입력 2025.07.02 07:00
    대출 총량 옥죄자 은행 운신 폭 좁아져
    기업대출로 보완?…실물경기 벽에 ‘주춤’
    세제 기대에 주가는 강세…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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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은행주의 가계대출 성장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둔화로 기업대출 확대 여력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정책 기대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총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 하반기 50% 감축 ▲정책대출 연간공급계획 25% 축소 등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담대 최대 한도는 소득·집값과 무관하게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되고, 생애최초 주담대의 LTV도 80%에서 70%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정책대출 포함) 증가폭은 이전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자본비율 규제 강화 방안이 검토되던 상황에서 대출 총량까지 직접 제한되면서, 성장 여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구조다.

      증권가에선 이번 규제로 은행권의 연간 가계대출 성장률이 기존 4%대에서 3%대로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 역시 이번 조치로 약 20조원 규모의 대출 증가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대출 확대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놓는다. 시중은행 대출 자산 비중이 가계와 기업이 각각 절반 수준인 만큼, 기업대출이 늘면 전체 자산 성장률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2022~2023년에도 가계대출이 부진한 가운데 기업대출 증가가 이를 보완해 은행 대출 성장률은 3~5%대를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기업대출 확대가 예전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업대출은 재무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대기업조차 설비투자 등을 줄이고 있어 수요 자체가 부진한 탓이다. 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제조업 설비투자의 84%를 차지하는 대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8.1%에서 올해 0.9%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수요의 핵심은 설비투자인데, 업황 악화로 투자에 나서는 곳이 드물다”며 “기업대출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전반도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분기별 성장률은 -0.2%, 0.1%, 0.1%, -0.2%로 연속 0.1%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민간소비 부진과 건설 경기 침체가 역성장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소기업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년 동기(0.58%) 대비 0.1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0.62%)보다 높은 수준으로, 중소기업이 기업 신용 위험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연체율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권 교체와 함께 산업에 대한 지원 기대가 일부 존재함에도 은행권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바뀌면서 일부 산업 지원 정책은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 올해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내년 경기 전망이 어두운 만큼 기업대출 확대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