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정평 키워드 '석화'…향후 등급방향성은 그룹 지원 의지에 갈린다
입력 2025.07.03 14:39
    석유화학 업종, 상반기 평정서 가장 많이 등급 조정돼
    이차전지·건설 등도 부정적 전망 여전
    "석화·배터리, 그룹 지원과 정부 정책 보고 버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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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상반기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가 결과,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 조정 흐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공급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기 어려워 하반기에도 등급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등급 방향성에 그룹의 지원 의지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상반기 신용등급 결과를 발표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적으로 석유화학, 이차전지, 건설 등 업종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정기평가에서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등급 조정이 이어졌다. 신용평가 3사 모두 롯데케미칼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으며,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효성화학과 SK어드밴스드 등의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LG화학과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등은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현재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상황에 직면해 있는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적으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산업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말 정부가 발표했던 지원 정책과 관련해 하반기에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개별 기업별로도 사업 재편과 비핵심 사업 매각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업 및 재무적 효과를 보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신평사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글로벌 신평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 중 가장 힘든 섹터가 석유화학"이라며 "중국에 더해 중동에서도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상당히 하락했다.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도 시도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아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며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 및 아웃룩이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지원 가능성 여부가 등급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일례로 이번 정기평가에서 한국신용평가는 SKC의 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조정한 반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A+(부정적)을 유지했는데 그룹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등 사업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라면서 "SKC는 SK그룹이 현재 그룹 차원의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을 평가에 고려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과 함께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이차전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의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에코프로 그룹은 한국기업평가가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각각 A-(부정적), A2-에서 BBB+(안정적), A3+로 조정하는 등 하향 압박이 타사와 비교해 높은 상황이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은 ESS라인 증설이나 LFP배터리 개발 등 수익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지 않는 한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등급을 평가하는데 계열사의 지원 여부 및 의지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SK그룹의 사업재편 관련 행보는 SK온을 지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해석되고,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 역시 그룹과 떼어내 보기 어렵다는 평이다. 

      증권사의 한 크레딧 연구원은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모두 적자 지속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당장 구조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댈 수 있는 것은 그룹의 지원 가능성과 정부 정책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 이슈와 중국 내수 위축, 중동 분쟁 등 국내외 거시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 기업 등급 방향성은 산업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부정적 전망이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긍정적 전망 업종으로는 조선과 방산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