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외국인투자자' 될까…산업기술보호법·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25.07.04 07:00
    외국인 투자자 범위 확대 가능성에 투자 업계 촉각
    '외국인 투자' 법령 해석 넓어져… 대형 PEF도 가시권
    정부, 시장 의견 수렴 지속… 적용 범위 좁아질 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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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외국인투자 촉진법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에 자리 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까지 ‘외국인 투자자’로 규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자금 의존도가 높은 대형 PEF들은 투자 활동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과 외국인투자 촉진법 등 일부 개정이 예고되거나 진행 중인 안들에 대해 업계 목소리를 듣기 위한 의견 수렴을 지속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들이 진행됐을 때 ‘외국인 투자’의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점과 관련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PEF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외국인투자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심사 단계를 거치고 있다. 해당 발의안에서는 ‘외국인 투자’ 범위에 외국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인투자기업을 통해 다른 대한민국의 법인 또는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국인투자의 주체는 ‘외국인’만 인정이 됐으나, 이제 외국 투자자가 외국 투자 법인을 통해 한국 법인에 투자하고, 그 법인이 한국 기업에 투자해도 ‘외국인 투자’로 인정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표면적으로 한국 법인이어도 외국인 투자 지분이 높으면 한국 회사를 인수할 때 ‘외국인 투자’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해석이다.

      앞서 4월 정부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안에 대해 입법 예고에 나섰다.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즉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통한 핵심기술기업의 인수·합병이 기술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 개선 차원이다.

      해당 시행령에서는 핵심 쟁점인 외국인 범위 규정 등은 제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우회 기술 유출을 막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현행 법령으로도 외국인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경우 심사가 가능하다.

      외국인투자 촉진법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및 감시 강화다. ‘외국인 투자자’의 표현 범위가 넓어지면 법령 해석의 여지가 커지는데, 이렇게 되면 만약 한국에서 투자 법인을 가지고 있어도 ‘외국인 투자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PEF들은 투자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상으로는 ‘외국인투자’가 해석될 여지가 굉장히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틀이 바뀌는 것이 된다”며 “‘외국인투자’가 된다면 대부분의 투자나 거래를 할 때 국가에 보고 및 검토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PEF 등 투자업계에서는 그런 해석이 가능해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PEF들은 대다수의 펀드 자금을 해외 연기금 등 해외 기관투자자(LP)들에게 받고 있다.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의 경우에도, 특히 미국 국적의 김병주 회장이 의사결정권과 거부권을 가진 점, 투심위 구성 중 외국인 비율이 30% 이상이고, 펀드 LP의 80% 이상이 ‘외국계 자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자자’로 해석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형 PEF인 한앤컴퍼니도 해외 출자자 비중이 80%이상이다. 

      발의된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특정 외국인 투자가 국가의 안전 유지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를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외국인투자 안보심의 근거를 시행령에 뒀지만, 아예 법안에 근거 조항을 명시했다.

      이는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위원회(CFIUS)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CFIUS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미국 관계 부처 합동 위원회다. 특히 미국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을 민감하게  살펴본다.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투자 안보심의 대상도 확대했다. 외국인이 외국인 투자기업을 통해 국내에 재투자하는 경우도 안보심의 대상으로 뒀다. 또 외국인이 사후 신고를 통해 안보심의를 거치지 않고 국내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투자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도 변경 사항을 다시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산업부 등에서는 시장 안팎의 목소리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도 개선 취지가 ‘산업기술 보호’가 핵심이고, PEF의 투자 활동 등을 ‘규제’하려는 차원이 아니라는 배경에서다. 이에 법조계, 업계 등에서 의견을 좀 더 폭넓게 수렴하는 방안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섰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또한 김정관 후보자가 낙점되는 등 변화가 있다 보니 당장 유의미한 기조 변화가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는 시장의 여러 목소리를 이해하고 있고 정부도 PEF뿐 아니라 법조계, 산업계 등 여러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책적 방향을 정하고 방안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진행 중인 방안들은 어느 정도 진행 단계가 있고, 당장 내용 자체가 크게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