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확보 지분 매각…모건스탠리, 20여곳 티저 배포
입력 2025.07.04 11:51
    주요 FI 포함한 지분 패키지 매각
    대신증권·조갑주 등 불참 방향
    LOI 접수 후 하반기 본입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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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지분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4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이달 3일 국내외 주요 전략적투자자(SI) 및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이지스 경영권 매각 내용이 담긴 간략한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매각 대상은 약 70% 규모의 지분이다.

      이번 이지스 매각은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와 대체투자 운용사를 포함해 약 20여곳이 티저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금융지주 중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에는 직접 제안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중 일부는 초기 검토 단계에서 매각 참여에 선을 그었다. 

      매각 대상 지분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최대주주 손화자 씨(지분율 12.4%)를 비롯한 대부분의 FI 지분이 결합된 구조다. 손 씨와 동반매도참여권(태그얼롱)을 보유한 주요 주주는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우리은행(0.8%) 등이다. 

      이들과 별도로 전략적 투자자였던 우미글로벌(9.08%), KB증권(4.13%) 등도 매각 협의에 동참한 상태다. 이들의 지분을 합산하면 최대 약 70% 수준에 이르는 패키지 매각이 가능한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앞서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과 연결된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와 대신금융그룹(9.13%) 측에도 매각 참여를 설득해왔으나, 이들은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상 조 단장과 대신금융, 일부 개인 주주들만 매각에 동참하지 않는 셈이다. 조 전 단장은 이번 거래에서 분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이지스의 실질적 후속 주체로 대신금융그룹을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미 조 단장을 비롯한 경영진과도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신금융은 이미 내부적으로 지분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체투자 전략 확대 측면에서 이지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매도자 측은 이지스의 기업가치를 최소 7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23년 대신증권이 이지스 지분을 인수할 당시 기준으로 책정된 밸류 6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다만 최근 실적 악화와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실제 매각가는 협상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운용사들이 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이지만, 밸류에이션에 대한 간극은 여전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익성 둔화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6000억원 이상은 부담된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지스는 누적 운용자산 65조8000억원으로, 국내 부동산 운용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하락과 함께 수익성 저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4182억원, 영업이익은 825억원 수준이다.

      이에 이지스는 자기자본 투자(PI) 비중을 늘려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지만, 수년간 PI 투자 성과가 미진했던 데다 금융당국의 자본건전성 규제도 강화되면서 내부 유동성 한계에 직면해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성과보수 축소, 대손 및 이자비용 증가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단기 자금 조달이 늘어난 반면 투자 회수에는 시간이 소요돼 유동성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LOI 접수 이후 하반기 내 본입찰을 진행할 전망이다. 연내 거래 종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주요 이해관계자인 조갑주 단장과 대신금융의 최종 판단,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 등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