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VC업계, '즉시 전력감' 심사역 모시기 경쟁
입력 2025.07.07 07:00
    AI·우주항공 등 고난도 테크기업 관심 증가…기술 이해도 갖춘 인재 '품귀'
    중소형 VC, 연봉 2억원 이상 제시도…"심사역 역량이 곧 VC 성과 좌우"
    공채 경쟁률 25대1 넘지만 실전형 인재는 희소…업계, "상시 채용 구조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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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심사역 인재 확보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재명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기조와 증시 회복 기대감 속에서 투자 여건이 개선되자, 인력 충원에 나서는 VC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유망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가 재개되는 가운데 '즉시 전력감' 심사역을 둘러싼 몸값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VC들의 인력난이 커지며 경력직 심사역의 몸값이 급등하는 분위기다. 특히 AI·바이오·우주항공 등 기술 난도가 높은 분야에선 검증된 경력직 심사역이 희소하기 때문에,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오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금융지주 계열 VC 출신 심사역은 중견 VC의 팀장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약 2억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비슷한 직군, 연차 대비 30~40%가량 높은 수준의 대우라는 평가다.

      중소형 VC에 근무 중인 한 심사역은 "최근에도 다른 VC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며 "AI 등 특정 섹터에 대한 전문성과 업계 경험을 갖춘 3~6년 차정도의 중간 연차급 심사역은 기본 페이가 1억원 이상으로 맞춰져 오퍼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견 VC 출신 임원이 금융지주 계열사의 투자심사 부문에 합류한 사례도 포착됐다. 이 임원 역시 상당한 수준의 대우를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무 역량이 검증된 인재라면 높은 연봉 등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선제적으로 영입하려는 경쟁이 VC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력직 심사역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망 기업의 기술을 판단할 수 있는 분석력과 실전 투자 트랙레코드, 산업 전반에 대한 직관까지 모두 갖춘 인재는 드물다.

      한 VC 인사 담당자는 "예전에는 문과 출신의 금융권 경력자도 곧잘 심사역으로 채용했지만, 이제는 기술 관련 학위나 실무 경험이 없으면 면접 단계에서부터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석·박사 학력 등의 단편적 스펙만으로는 심사역의 경쟁력을 입증하기 어렵다. 실전 투자 경험, 산업에 대한 직관, 내부 보고 역량까지 두루 갖춰야 실질적인 심사역 인재로 평가받는다. 결국 기술 이해도와 투자 트랙레코드를 모두 갖춘 검증된 인력은 극소수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중소형 VC는 보다 유연한 조건을 제시하며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 VC에 비해 조직 규모와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중소형사는 연봉이나 보직 조정 등을 통해 실력 있는 인재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중소형 VC는 중간 연차급 심사역에게 1억5000만~2억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그 이상도 제시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의 타깃이 중간 연차급인 배경으로는 성과보수(Carry)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니어급 인력은 이미 보수를 받고 있거나 수령을 앞두고 있다면 외부 제안을 선뜻 수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력직 심사역에 대한 수요는 VC 업계 전반에서 공통적이지만, 수급은 그만큼 어렵다는 평가다. 기술력과 실무 경험을 모두 갖춘 '즉시 전력감' 인재 풀이 얕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사실상 심사역을 '상시 모집'하는 구조가 정착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형 VC의 경우 심사역 공채 경쟁률이 25대 1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지원자 중에서 뽑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한 대형 VC 실무자는 "많은 지원자가 몰려도 실제로 회사에서 원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인재는 10%도 안 된다"며 "결국 각 VC마다 필요한 조건에 맞는 심사역 인재를 수시로 수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할 후보 기업의 기술력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검토하고 심사할 인재가 없으면 VC입장에선 아무리 운용 자금이 많아도 의미가 없다"며 "중소형·대형 VC를 막론하고, 거금을 쓰더라도 검증된 심사역을 먼저 확보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