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4.6조…반도체 부진에 반토막 "작년과 정반대"
입력 2025.07.08 09:50
    반도체 부진으로 재고 충당금 쌓으며 기대치 20% 하회
    충당금 줄이며 10조 영업익 낸 작년과 정반대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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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2분기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도체(DS)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고 부담을 선반영하며 1년 전에 비해 실적이 반토막났다.   

      8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5.9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보다도 31.24% 줄어들었고, 증권가 전망치를 23%가량 밑돌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간 시장에서 실적 눈높이를 10% 이상 낮췄으나 이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DS 부문에서 메모리, 비메모리를 가리지 않고 부진이 길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2분기 들어 D램 업황이 종전과 달라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대응에서 여전히 분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과거와 달리 수익성을 우선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낸드에선 여전히 어지러운 업황 탓에 적자를 기록했을 거란 분석이 많다. 

      비메모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고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등 호재도 전해지지만 여전히 적자를 줄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2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지난 분기와 비슷한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충당금 반영에서 작년과 정반대 양상이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삼성전자는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충당금을 3조원 가까이 줄이며 1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는 반대로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실적이 꺾였다. 작년과 달리 팔리지 않은 반도체 재고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한 것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작년 2분기 때 충당금을 줄이면서 예상치를 2조원 웃도는 실적을 거뒀는데, 올해는 충당금을 더 쌓으면서 예상치를 한참 밑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모바일경험(MX) 부문과 가전 등 사업부 실적도 DS 부문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SK하이닉스와의 격차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같은 기간 9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9일부터 10월8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보통주 5688만8092주, 기타주식 783만4533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주식 보상을 위해 보통주와 기타주식 합쳐 3조9119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이후 6만2000원 선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