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LNG 유동화 거래 승자는?…자금력은 KKR·브룩필드, 금리는 메리츠 우위
입력 2025.07.09 07:00
    KKR·브룩필드 주도하던 중 메리츠도 뒤늦게 참여
    LNG 밸류체인 전반 vs. 발전소 및 SK온 투자 차이
    자금력·이름값은 외사, 금리 조건은 메리츠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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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 LNG 밸류체인 유동화 거래가 3파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KKR과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먼저 인수 의지를 드러냈는데 후발 주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자금력과 이름값에선 KKR과 브룩필드가, 금리와 조건 면에선 메리츠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8일 M&A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일 LNG 밸류체인 유동화를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한다. 당초 지난달 30일 입찰을 진행하려다 지난 7일로 늦췄고, 다시 일부 원매자의 요청에 따라 10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세 후보 모두 인수 의지가 강한 만큼 입찰 서류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인 화학사업과 자회사 SK온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K㈜가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어주는 방식으로 1조원대 신주를 발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LNG 밸류체인 유동화로는 4조~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재무비율을 신경써야 하는 만큼 대출보다는 지분투자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이번 거래를 주도한 곳은 KKR과 브룩필드다. 이들은 발전사와 가스전, 해외 트레이딩 사업 등 LNG 밸류체인 등을 묶어 투자하는 안을 SK이노베이션 측에 제안해 왔다. 과거 SK E&S가 도시가스 자회사 7곳을 묶어 KKR에 3조원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 될 것으로 거론된다.

      인프라 투자에 강점이 있는 글로벌 투자사 간의 경쟁 입찰이 예상됐지만 메리츠가 뒤늦게 뛰어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메리츠는 경쟁사들의 입찰 과정과 별개로 SK그룹 쪽에 투자 의향을 밝혀 왔다. 처음에는 SK그룹이 KKR과 브룩필드로부터 좋은 조건을 얻어내려 압박하기 위해 메리츠를 후보군으로 끼웠다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메리츠가 짧은 기간 안에 별개의 투자 구조를 만들어 올 정도로 열의를 보이자 SK이노베이션도 실질적인 후보로 인정했다. 메리츠는 기존 잠재 투자자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비슷한 구조를 짜서 입찰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영채 고문이 거래 성사를 위해 힘을 보태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의 투자 규모는 KKR·브룩필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세부 전략은 조금 다르다. 나래에너지서비스(SK이노베이션 지분율 100%), 여주에너지서비스(100%) 등은 공히 포함되지만, 그외 LNG 관련 자산은 투자 자산에서 제외할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SK이노베이션이 PRS 계약을 맺어주는 조건으로 SK온이 발행하는 신주에도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총 4조~5조원 규모다.

      KKR과 브룩필드, 메리츠의 전략이 엇갈리는 가운데 누가 SK이노베이션의 선택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금력이나 거래 종결의 확실성 면에선 KKR과 브룩필드가 앞선다는 평가다. 두 곳 모두 글로벌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KKR은 일단 자체 자금을 활용해 거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고, 브룩필드는 KB국민은행 등 조력자를 확보해 둔 상황이다. 이미 실사를 마쳐 투자 이해도도 높다. 투자자의 이름 값을 중시하는 SK그룹으로부터 가점을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메리츠는 투자금 절반가량을 계열사로부터 조달하고 나머지는 외부 차입금을 조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2조원대 자금을 그룹 안에서 조달하는 것이나, 국내 금융시장에서 나머지 자금을 조달하는 게 녹록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SK온 신주 인수 시 기존 SK온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다만 금리 면에서는 메리츠가 다른 경쟁사를 앞서는 분위기다. KKR과 브룩필드는 8%대  수익률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메리츠는 6%대 금리가 거론된다. 이대로면 연 1%포인트 이상 금리 차이가 난다.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다. 메리츠는 올해를 정통 IB 강화 원년으로 삼은 만큼 거래 성사를 위해 총력전을 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KR과 브룩필드는 자금력에선 메리츠에 앞서지만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메리츠는 금리가 낮고 SK온에도 투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