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유동성 공급자"…예비 초대형 IB들 , 발행어음 사업 인가 총력전
입력 2025.07.10 07:00
    삼성·키움·신한·메리츠·하나증권 총력전 예고
    올해 놓치면 골든타임 끝이란 절박감
    이재명 정부 코드 맞춰 유동성 마중물 내세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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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정부가 증시 부양을 핵심 아젠다로 내세운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노리는 대형 증권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동성 확대가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과 맞닿아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인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초대형 IB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청 증권사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달부터 금융위원회는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발행어음 신규 인가 접수를 시작했다. 첫날 삼성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신청서를 제출했고,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도 이달 중 신청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초대형 IB 자격 요건을 갖춘 곳이다. 현재까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4곳뿐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최근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수료 수익이 둔화되면서, 증권사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기자본 투자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자금 운용의 유연성과 공격적 투자 여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핵심 수단인 셈이다.

      증권사들이 사활을 거는 이유는 내년부터 인가 요건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2년 이상 종합투자계좌(IMA) 및 종합투자사업자 실적 ▲대주주 제재 이력 등 결격 사유 ▲자기자본 요건의 2년 연속 충족 등이 인가 심사에 반영된다. 사실상 ‘올해 안에 인가 받지 못하면 기회는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 기조도 증권사들의 기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을 부동산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육성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국정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 IPO 활성화 기조 등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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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혀, 자본시장 확대를 통한 증시 부양 전략이 정권 핵심 의제임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에 따라 증권업계는 발행어음 인가 가능성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는 발행어음 및 IMA를 통한 조달 자금의 25% 이상을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하는 규정도 생겼다.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 투자 확대 및 증시 체질 개선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금융당국은 2026년부터 이 비율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기업 투자 ▲A등급 이하 채권 및 P-CBO 매입 ▲VC·신기사·하이일드 펀드 출자 ▲상생결제 시스템 자금공급 등이 포함된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인가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를 적극 어필하며, 정책 기조와의 정합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상법 개정이 이뤄졌고, 다음 단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라며 “신청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확대가 이를 위한 방안임을 적극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인가 결과는 증권업계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자체 자본을 활용한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SK·롯데그룹 등 대기업 파이낸싱 거래에 적극 참여 중이며,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 여력이 늘어나면 거래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컸던 사업 구조를 정통 IB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올해 초 신설한 기업금융본부를 중심으로 부동산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를 DCM·ECM 등 전통 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자기자본 6조원대 규모를 활용한 신규 투자도 검토 중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구조화금융 중심의 자금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론 정통 IB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2022년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하며 전략기획본부 산하 종합금융팀을 신설했으나, CFD 주가조작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이슈로 계획이 보류됐다. 올해 들어 종합금융팀을 다시 신설하고, PI부문 내 TF팀 중심으로 인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통 IB 부문 강화와 맞물려 자금조달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뚜렷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리테일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발행어음 자금 조달력을 활용한 구조화 상품 판매 및 투자 연계 시너지 기대도 크다.

      삼성증권도 오랜 시간 발행어음 인가를 준비해 온 하우스다. 지난 2017년 최초로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했으나, 대주주 리스크와 유령주식 배당사고 등으로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꾸준히 내부 리스크 요인을 정비하며 인가 재도전을 준비해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이번 인가를 받을 경우 자산관리(WM)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까지 성장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온 WM 분야와의 시너지도 주목받는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IB 업무의 경우 영업할 때 발행어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삼성증권도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지만 IB 강화에 힘을 쏟고 있고,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정통 IB 강화에 주력하고 있어 발행어음 인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