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포포인츠 '조선' 명동 마스터리스 대신 위탁운영 추진 이유는
입력 2025.07.10 07:00
    퍼시픽 우협 선정, 2450억원 규모 거래
    조선호텔 500억원 보통주 투자로 우회 참여
    마스터리스 구조 대신 위탁운영 체제 전환
    신세계건설 인수, 적자 호텔 등 유동성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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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이하 포포인츠 명동) 매각전에서 신세계그룹이 기존 책임임차(마스터리스) 구조를 내려놓았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이 자산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퍼시픽투자운용이 조성하는 리츠의 보통주 투자자로 우회 참여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운영권도, 자산 소유권도 퍼시픽투자운용이 가진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퍼시픽투자운용은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한 포포인츠 명동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거래 가격은 약 2450억원 수준이다. 퍼시픽은 해당 자산을 리츠(REITs)로 편입해 인수하고, 조선호텔은 브랜드를 유지하는 조건 아래 일부 보통주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현재 검토 중인 출자 금액은 약 300억~5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조선호텔은 부산 조선호텔 리파이낸싱을 통해 5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 이번 투자에 활용할 전망이다. 

      기존 계약 구조상 조선호텔은 포포인츠 명동에 대해 2040년까지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을 맡아왔다. 이 구조는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고, 객실 점유율(OCC)이나 평균 객실요금(ADR) 하락 등으로 손익이 악화될 경우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대부분의 호텔 자산에서 적자가 반복되자, 조선호텔은 고정 임대료 부담과 장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구조 변경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 측도 구조 전환을 받아들였다. 매출이 상승하더라도 고정된 임대료 수취만으로는 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마스터리스 구조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조선호텔 측에서 책임을 지는 구조 자체를 부담스러워한 것"이라며 "지금 같은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룹 입장에서도 장기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운영 구조가 위탁운영 방식으로 바뀌면서 조선호텔은 운영사로 남되, 리츠 보통주 투자자 역할을 병행하게 된다. 반면 퍼시픽은 자산 소유자로서 딜 구조를 총괄하고, 외부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위한 자금 조달까지 책임지게 된다. 구조 자체는 단순해졌지만, FI 유치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선 운용업계 관계자는 "위탁운영 방식은 조선호텔에는 리스크를 줄이는 좋은 방안이지만, 마스터리스에 비해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보수적 투자자들의 수요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거래 구조는 조선호텔이 최근 일관되게 취해온 전략 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앞서 올해 3월 맥쿼리가 매각한 포포인츠 서울역 호텔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선 그래비티 서울 판교 호텔 딜에서도 마찬가지로 우선매수권을 포기했다.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는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형성돼 있다는 평가다.

      조선호텔의 재무 구조 역시 구조 전환의 배경이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조선호텔의 2025년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96억원에 불과한 반면, 단기성 차입금은 2600억원에 달한다. 현금 대비 단기부채 비율이 13배를 넘어 유동성 부담이 상당하다. 순차입금은 1조1200여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신세계건설의 레저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약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영향도 컸다.

      조선호텔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약 3100억원 규모의 토지 재평가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낮췄지만, 총차입금/EBITDA 비율은 8.9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차입금 의존도도 40% 이상으로, 단독으로 여러 자산을 매입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이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조선호텔이 '위험은 줄이고, 브랜드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책임임차 계약이 수익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 충격이 반복될 수 있는 업황에서 그 부담이 운영사에 집중된다는 구조적 한계를 이번 구조 변경이 반영했다는 평가다.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조선호텔 입장에서도 호텔 호황기에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며 "비용 구조를 최대한 유연하게 만들고, 현금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순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