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드라마' 주연 교체…MBK에서 방시혁으로
입력 2025.07.11 07:00
    금융당국, 방시혁 하이브 의장 검찰 고발 방침
    투자자 기망·사적 이익 취득 여부가 핵심 쟁점
    MBK보다 앞서 고강도 제재 첫 사례 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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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 정부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첫 사례로 삼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MBK 홈플러스 사태에 집중됐던 시장의 긴장감이 새로운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방 의장이 '고의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사적 이익을 챙겼는지 여부를 수사당국이 어떻게 증명하고 해석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결과에 따라 자본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기구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는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방 의장을 증시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하고, 증권선물위원회에 관련 의견을 넘겼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16일 정례회의에서 이를 확정할 전망이다.

      당국이 방 의장에게 최고 수준의 제재를 내리기로 한 것은, 그의 행위가 투자자들을 기망해 큰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검찰에 고발한다면, 강한 처벌 필요성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후는 검찰 수사에 달려 있는 가운데 방 의장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기소 결정 과정에서 구속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고발이 현실화되면, 증시 교란 행위에 대해 강한 처벌 의지를 천명해온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당국이 주요 인사에게 내리는 첫 고강도 제재 사례가 된다. 

      이 대통령은 ‘불공정거래 근절’을 핵심 아젠다로 제시하고 있다. 9일 당국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제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신설해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당국 기조와 맞물려 방 의장이 자본시장에서 이재명 정부의 ‘1호’ 제재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올 초부터 자본시장의 ‘핫이슈’였던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새 정부 자본시장 인사 중 제재 ‘1호’가 될지 주목받았던 바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업인으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시세조종혐의 서울남부지법에서 지난해 7월 구속됐다. 이후 구속 기소, 보석 석방 절차를 거쳐 현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지만, 제재 결과는 검찰 수사와 재판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제재 수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인데, 검찰과 법원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란 관측이다.

      금감원은 홈플러스·MBK 경영진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기업회생을 준비한 정황을 포착해,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긴급 통보한 상태다.

      한편 금감원 수장 공백으로 MBK에 대한 공세 동력이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MBK 건은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총력을 기울였던 사안이다. 그는 지난 4월 “MBK와 홈플러스가 상당 기간 전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 기업회생을 계획한 구체적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병주 회장이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에 불출석하자 “매우 유감스럽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금감원 내 별도 태스크포스(TF)도 꾸려졌다.

      카카오 수사도 이 전 원장이 여러 차례 직접 언급하며 의지를 보인 사안이다. 금감원은 김범수 전 의장을 ‘포토라인’에 세워 15시간 넘게 조사하는 이례적 공개 소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방 의장이 투자자들의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를 ‘고의로’ 숨기거나 ‘허위 진술’로 매매를 유도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 IPO가 이뤄지기 전인 2020년, 자신과 가까운 하이브 간부들이 세운 사모펀드와 상장에 따른 지분 매각 차익의 30%를 받는 계약(언아웃)을 체결했다. 그러나 당시 투자자들에게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알린 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해당 펀드에 주식을 매도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방 의장은 상장 후 이 펀드가 주식을 매각해 거둔 수천억원 차익 가운데 일부를 정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 같은 행위가 자본시장법 178조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178조는 시세조종행위 등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검찰이 주가조작 사건에 적용하는 대표 규정이다. 허위 거래, 거래 가장, 중요 사실 은폐·허위 유포, 연계·통정 매매 등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방 의장이 허위·은폐를 통해 특수관계 펀드를 거쳐 사적 이익을 취득했다면, 자본시장법 178조가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한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443조에 따르면 이로 얻거나 회피한 이익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언아웃 계약 자체는 IPO 과정에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국내 유사 사례가 적어 향후 사실관계와 법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핵심은 투자자들에게 고의로 허위 사실을 제공했는지, 주요 사항을 공시에서 누락한 행위가 허위공시로 판단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의혹 초기부터 “법적 위반은 없다”는 입장이다. 9일 하이브는 “당사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금융당국과 경찰의 사실관계 확인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당시 상장이 법과 규정을 준수해 진행됐다는 점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