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좋으라고 건전성 감독하나"…금소원 분리안에 술렁이는 금감원
입력 2025.07.14 07:00
    금융감독·소비자보호 '상충' 우려에 쪼갠다지만
    내부에서는 단순 이원화 시 혼란만 커질까 우려
    "실익은 인사철 자리 늘어나는 것 뿐" 볼멘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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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금융감독 체제를 개편해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 부문을 떼어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피감기관 뿐만 아니라 금감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할 경우 실제 업무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대통령실에 금융감독 체제 개편 방안을 보고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산하에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각각 분리해 출범시키는 구상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융감독 기구가 건전성 감독에 치우쳐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드는데 이는 금융회사 건전성과 상충되기 때문에 한 쪽이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피감기관들은 이같은 금소원 신설 주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쳐 왔다. 사실상 '눈치를 봐야 할' 감독기관이 두 개로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간 금감원에 납부해 왔던 분담금 또한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소비자보호 기능의 인위적인 분리에 따른 현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학자식 발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감원 한 직원은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장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말했다.

      건전성 감독이 곧 소비자 보호로 이어지는 구조를 무시한 단순 이원화는 설득력이 없다는 게 직원들의 시각이다. 금감원이 금융사를 감독하는 업무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감독과 소비자 보호 업무가 사실상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을 쪼개는 데서 얻는 실익이 사실상 인사철 자리 확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기능을 나누면 조직이 하나 더 생기니 간부들 자리가 늘어나긴 하겠지만, 그 외에 긍정적인 효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 조직을 떼어내는 방안은 학계를 중심으로 수년 동안 논의돼 왔던 금융당국 개편안 중 하나다. 다만 이같은 내용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 배경에는 김은경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기획위원이 올초 논문에서 제안한 금융당국 개편안이 단초가 됐다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 최초로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임명된 인물로, 지난 2023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금소원이 분리될 경우 차기 금소원장과 관련해 "김 전 처장 외에는 보이는 인물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번 금융감독 개편안에서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형태에 따라 조직 분리에 따른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뺀 나머지 기능이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금융감독위원회 아래에 사무처 조직을 두고 해당 조직이 금감원과 금소원을 관할할 경우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 체제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당초 금융감독 개편안의 목적이었던 부처 간 비효율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기존 조직만 두 개로 쪼개지면서 '득'은 없고 혼란만 가중되는 조직개편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위에 사무처를 두고 금감원과 금소원이 분리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금감원과 금소원을 분리하는 건 새로운 형태라 받아들인다 쳐도, 현재 금융위와 업무 중첩이 해소되지 않는 형태로 금감위가 생긴다면 좌우, 상하로 업무 혼란이 야기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