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후 투자 전략은요?"…기관부터 리테일까지 세미나로 바쁜 증권사 연구원들
입력 2025.07.14 07:00
    취재노트
    상법 개정 통과 후에도 지주사 주가 '고공행진'하자
    연기금·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투자전략 설명 요청 쇄도
    WM고객도 상법 개정 직접 공부…리테일 세미나도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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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기업마다 이사회 운영 방침, 지분구조 정리 등 방안 마련에 바쁜 모습이다. 시장이 이에 즉각 반응하자 증권가에선 '정책 수혜주' 선별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지주사나 대형 상장사를 커버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은 연기금, 자산운용사, 리테일 채널 등에서 쏟아지는 세미나 요청에 분주하다.

      상법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 ▲상장기업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계에선 쟁점이 되는 부분이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확대'로 보고 있다. 이제는 유상증자나 인적분할처럼 경영권 보호나 사업 효율화를 앞세운 결정에 대해서도 주주 이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실제 기업들의 경영 전략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주사 전환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발표했던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주주와 시장의 반발이 극심하자, 경영진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고려해 전략을 재조정했다. 롯데렌탈이 어피니티PE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 계획이 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주사 주가는 그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주사 체제가 복잡한 대기업이나 이사회 내 독립성이 부족했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약 6개월간 코오롱(239%), 한화(232%), HS효성(158%), 두산(127%) 등 지주사 주가는 세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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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투자자들도 이를 패러다임 변화의 방향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증권사 연구원들은 연이은 세미나 요청에 투자전략을 설명하기 분주하다. 

      한 증권사 지주사 담당 연구원은 "연기금,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 전략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메리츠금융지주처럼 일반 주주랑 이해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했을 경우, 비재무적 이슈 때문에도 내러티브로 주가가 오른다는 걸 시장이 확인했다. 이런 측면에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의 입법 속도, 이에 따른 주가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질의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증권사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기대감이라는 심리적 요인으로 상법개정 관련주들이 많이 올랐는데, 이제는 실제로 도입 후 시행 단계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추가 상승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그간 밸류업 정책의 경우 잠깐 오르고 마는 등의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는데, 이번에는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계속 수급이 들어오며 주가가 오르니 오히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기 전보다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리스트 자료 등을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리테일 채널에서도 세미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지점별 WM(고액자산관리) 고객을 대상으로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시장 영향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개정안이 법적으로 복잡하고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졌던 만큼, 실제로 무엇이 포함되고 빠졌는지 직접 공부해 보려는 수요가 많다는 게 증권가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