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열사 연계 시나리오 부상…역할 분담이 관건
상표권 선제 출원한 카카오…발행·유통 분리 전략 유력
"법안 지켜보는 단계"…카카오뱅크, 신중 모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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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따로 또 같이' 움직이면서 법안 등 진행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은행권보다 카카오그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일종의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 계열사간 '이해상충'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카카오 네트워크'를 타고 부실이 연쇄적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스테이블코인 협의체인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에 회원사로 가입한 은행들이 늘어나면서 회원사 은행들이 13곳(NH농협·신한·iM·하나·수협·국민·IBK기업·우리·BNK경남은행·부산은행·케이뱅크·토스뱅크)으로 늘어났다.
은행들은 협회를 통해 공동발행을 논의하면서 개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등 '따로 또 같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자 일종의 '공동 전선'에 참여해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기류는 살짝 다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케이뱅크,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이 모두 협회에 참여했지만 카카오뱅크는 아직까지 뚜렷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은행권과 서둘러 연합하기보다는 카카오그룹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이 역할을 분배하고,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에서 활용 방식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카카오 계열사 간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능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놓고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만약 계열사 간 동일 기능을 갖게 될 경우 기능이 중복되고, 나아가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 있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놓고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앞서 카카오페이와 뱅크가 모두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하긴 했지만,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카카오페이가 유통을 도맡는 그림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측은 최근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국내외 유통을 담당하고, 장기적으로는 운용까지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이 선불충전금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카카오페이 측의 설명이다.
다만 계열사 간 연계를 강화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만약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여러 계열사가 다 같이 엮이게 되는 구조"라며 "기존 금융권에서 이같은 구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금융업권에서 선제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의 상표를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암호화폐 채굴업 등 3개 상품 분류로 나눠 12개 상표권을 출원했다.
카카오뱅크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방향성과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상표권 출원은 선제적인 대응 차원으로 협회 가입이나 그룹 차원의 대응 등은 정해진 게 없다"라며 "법안 처리 여부 등 시장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