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억 금융사고 기업은행, 쇄진 의지 다졌다지만...내부서도 실효성 '논란'
입력 2025.07.16 07:00
    친인척 DB, 전원 참여해도 전체 6% 그쳐
    부장급 외부 채용 등 남은 과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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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IBK기업은행이 쇄신 계획 이행 상황을 밝힌 가운데 은행 안팎에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핵심 계획이었던 임직원 친인척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은 대상자가 전체 직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데다 내부 반발이 크다. 아직 이행되지 않은 과제들은 인재 영입 등 시간이 필요한 사항으로 시행 일정이 불분명하다.

      13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친인척 DB 입력 대상인 부지점장급 이상 임직원 수는 총 915명으로 전체 6.76%다. 지난 1일부터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동참한 임직원 수는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친인척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은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사생활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노조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과거 2020년에도 임직원 가족 대출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려 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적에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임직원의 '자발적인' 등록으로 선회했고, '부지점장급 이상'으로 대상을 축소하면서 노조와의 타협도 이끌어냈다. 다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1월 임원에 대한 친인척 DB 구축을 시작한 우리금융도 참여율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DB 등록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조치라 따로 실적을 발표하기는 어렵다"며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소통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고위직 직원의 일탈에서 끝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기업은행은 경기도의 한 지점에서 직원들을 동원한 부당대출 사례를 발각했다고 밝혔다. 작년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도 전현직 임직원이 동원된 조직적 행위였다.

      부하 직원이나 DB를 등록하지 않은 임원을 이용하는 등 규제를 우회할 방법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서 임직원 친인척 DB 구축을 시작한 우리금융의 경우에도 임원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호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부당대출뿐 아니라 횡령 등의 금융사고는 직급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는데, DB 구축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지난 3월 쇄신안 발표 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반강제'적 조치로 돌변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비자발적으로 DB 등록에 참여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측에 의견을 전달했다"며 "아직 현장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실무적 차원에서 고충이 없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발표한 16개 쇄신 과제 중 아직 이행하지 않은 과제들도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여신문화개선팀 신설 ▲책무기술서 내 임원의 점검의무 반영 ▲부장급 외부 채용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중 여신문화개선팀은 이상 거래 사례를 분석해 새로운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후 점검 과정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부장급 외부 채용의 경우 진통을 예상하는 반응이 많다. 기업은행은 검사 업무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외부 인력을 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부에선 낙하산 인사와 내부 승진 병목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보수적인 은행권 문화와 부장급 인사의 직장 이동이 거의 없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인력 채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까지는 흔한 일이지만, 부장급 직원을 외부에서 채용하는 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내부 반발이 심할 걸 알면서 자원할 인사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