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과징금보다 무서운 점유율…SKT 위기에 신평사 뛰어가는 KT·LG유플
입력 2025.07.16 07:00
    과징금 합치면 SKT 조단위 손실 거론
    KT·LGU+, 신평사에 반사이익 질문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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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촉발된 SK텔레콤의 고객 이탈이 통신시장 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 당국 제재보다 무서운 건 점유율 추락이라는 인식 속에,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신용평가사들을 잇달아 찾아가 반사이익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동시에 과도한 가입자 확대가 서비스 품질(QoS) 유지비용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며, '신용도에 유의미한 개선 요인인지'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올해 4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SK텔레콤이 내놓은 보상안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단기간의 위약금 면제 조치를 포함해 통신요금 감면,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십 강화 등의 패키지가 일괄 시행된다. 

      정부의 제재도 변수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3%까지 부과 가능하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연결기준 통신서비스 부문 매출은 약 12조원대. 여기에 3%를 적용하면 과징금 상한선은 약 4000억원에 이른다. 정보보호 시스템 강화를 위한 약 7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계획까지 감안하면, SK텔레콤이 부담해야 할 총비용은 조(兆) 단위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과거 사고와는 규모나 파장이 달라서 선례도 없다"며 "보상, 과징금 외에도 정보보호 관련 추가 투자까지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비용 부담은 무시 못 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SK텔레콤의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정기평가에서도 등급 변동은 없었다. 재무적 여력 대비 당장 등급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보상금과 과징금 규모는 불확실성이 크고, 숫자화가 되지 않아 아직 액션을 취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위약금 면제 조치가 예상보다 강력했던 만큼, 3분기 실적이 나와야 본격적인 리포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도 "현재로선 SK텔레콤의 현금 창출력이 건재하다는 판단이지만, 가입자 이탈과 수익성 훼손 추이에 따라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했다. 

      신평사들이 당장 등급을 내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에는 이번 사고의 파급력이 '손익계산서'보다 '시장 점유율'에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초 SK텔레콤은 전체 무선 가입자 기준 2400만명 수준으로 KT(1500만명), LG유플러스(1000만명)보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사고 직후 SK텔레콤의 가입자 순감 폭은 크게 확대됐다. 월간 기준으로 20만명 이상 이탈하는 등 가입자 감소세가 뚜렷해진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이 기간 가입자 순증세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는 모습이다. 사고 이후 기간 동안 양사에 유입된 신규 가입자 중 SK텔레콤 고객 출신 비중은 최대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시장 경쟁을 부추기는 외부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사실상 해제되면서 고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현금성 마케팅이 재개돼 가입자 쟁탈전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SK텔레콤이 가입자 모집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준비 미흡을 문제 삼으며, 정부 차원의 엄격한 관리·감독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사업과 연계된 주파수 경매 자격 제한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 움직임 속에 정부 규제 리스크가 통신시장 판도 변화의 변수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과방위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며 "경쟁사들이 SK텔레콤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틈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KT와 LG유플러스는 주요 신평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이탈 수요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을 신용등급에 반영할 수 있을지 문의하려는 목적에서다. 이에 신평사들은 통신3사가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가입자 확대가 수익성과 서비스 품질(QoS) 유지 비용에 미칠 영향을 함께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결국 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크레딧 여파는 올해 3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3개 신평사들이 공통으로 언급한 통신사 모니터링 요인은 ▲가입자 순증 추이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변화 ▲현금 창출력 유지 여부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T 과징금이 3000억원을 넘든, 고객 방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1조원을 넘든, 결국 신평사는 고객 수와 그들이 가져오는 현금흐름을 본다"며 "사고 이후 벌어진 점유율 전쟁이 통신시장 구조를 바꿔놓을지, 아니면 다시 균형을 찾을지는 3분기 숫자가 말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