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의혹 연루된 HS효성도 사업부 매각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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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 의혹으로 특검 소환 통보를 받으면서 지분 매각 협상에 제동이 걸렸다. 매도인과 원매자 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격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16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소수 지분 매각 절차는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앞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골드만삭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번 거래는 원매자 측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 지분과 카카오가 보유한 일부 지분을 합쳐 약 40%를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지분율은 57.2%다. 이외에 TPG 컨소시엄과 칼라일 등 FI들도 주요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지분 매각에 난색을 보이면서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VIG 컨소시엄 측과의 협상에도 사실상 나서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잇따른 M&A 사고(?)로 카카오 내부의 M&A 담당 인력들도 교체됐는데, 거래 추진력이 예전만큼 있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컨소시엄과 FI 간 밸류에이션 간극도 쉽게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VIG 컨소시엄과 함께 인수를 검토하던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도 출자 의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에이션 격차와 자금 조달 부담에 더해 정치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과 경영권 이전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김건희 여사의 ‘집사 게이트’ 핵심으로 거론되며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집사 게이트’는 김 여사의 측근 김예성 씨가 관여한 회사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한 것을 두고, 이를 뇌물성 청탁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특검이 수사에 나선 사건이다. 핵심은 김씨가 김 여사 일가의 각종 민감한 일을 처리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투자에 부당한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4일 ‘집사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상대로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특검팀은 1차로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 측에 소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조현상 HS효성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에게도 17일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들이 2023년 6월 펀드를 통해 김 여사의 측근 김씨가 사내이사로 있던 아이엠에스(IMS)모빌리티에 총 184억원을 투자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IMS모빌리티는 투자 직전인 2023년 1월 기준 자산이 556억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30억원, HS효성은 계열사 4곳을 동원해 35억원을 투자했다.
오너 리스크 등 형사 사건에 연루됐던 기업들이 김 여사 측근에게 사실상 뇌물 성격의 투자를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직후 이 투자에 참여했으며, 효성그룹도 경영진 내 갈등이 계속되던 시점에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씨가 자신의 IMS 지분을 46억원에 매각해 이익을 챙긴 정황에 주목하며, 대기업 투자의 배경에 김 여사가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같은 특검 수사로 카카오모빌리티뿐 아니라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도 불투명해졌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5월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며, 현재 적격 예비 인수후보(숏리스트)에 오른 원매자들이 본격 실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매도인과 원매자 간 밸류에이션 차이가 큰 상황이라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사실상 JKL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 간 경쟁으로 좁혀졌지만, 두 후보 모두 매각 측이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 초기 HS효성은 사업부 가치를 최대 2조원까지 봤으나 이후 1조원 중반이 거론됐다. 원매자들은 수천억 원대 수준의 몸값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