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약품 관세 1년 유예에 일단 안도…삼성바이오·셀트리온 복잡해진 계산식
입력 2025.07.17 07:00
    트럼프 대통령, 관세 활용해 미국 내 고용 창출 유도
    앞다퉈 미국 내 설비 투자 발표한 글로벌 빅파마들
    셀트리온도 M&A 등 활용해 미국 공장 확보 검토해
    삼성바이오 여파 제한적…고객사 여파는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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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에 미칠 여파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쉽게 조정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 실제 관세 부과까지 이어질지 여전히 지켜봐야 하는 불확실성이 남았지만, 관세 영향 아래 있을 것이라고 우려되는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방침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10일 주가가 전일 대비 5.8% 상승했지만, 이튿날 다시 2%가량 하락했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 역시 관세 부과 직후 주가가 상승했지만, 다음날 상승분을 반납했다. 세 기업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적용 시점을 1년여 뒤로 유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내린 점에 비춰볼 때 투자자들이 냉정을 되찾고 개별 기업에 관세 부과가 미칠 여파를 따져보기 시작했단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힘에 따라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의약품을 제조하고, 미국에서 판매하는 기업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현재 관세를 부과한다는 명목으로 글로벌 빅파마가 해외가 아닌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고,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글로벌 빅파마들은 연초부터 앞다퉈 미국에 투자를 결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노바티스와 화이자, 존슨앤드존슨(J&J)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계획을 계속 밝혀왔던 만큼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는 기업들에 생산 측면의 어려움을 알아서 극복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라며 "실현 가능성을 떠나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를 일부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셀트리온도 미국에 현지 공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장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로, 국내 생산시설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인 만큼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관세 부과 이후 고객사의 부담이 늘어나면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약 조선을 협의할 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효용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의약품은 공장 설립부터 인허가 획득, 공장 가동까지 4~5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들이 당장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결정해도 과정이 마무리될 시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다. 무엇보다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려면 다른 국가에서 공장을 설립할 때보다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미국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글로벌 빅파마 중 건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곳은 드물다"라며 "기업들 상당수가 트럼프 행정부 내내 정부 기조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실상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어질 동안 관세 압박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라벨링과 패키징 등 일부 과정을 미국에서 수행하는 조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실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지도 더 살펴봐야 한다. 미국은 정부가 의약품의 가격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향후 관세 부과를 이유로 의약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들과 미국 보건의료 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은 정부가 의약품의 가격을 일부 결정하지만, 미국은 기업들이 의약품 가격을 결정한다"라며 "관세 부과 이후 의약품 가격 변화의 추이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