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가입자·법적 허들에 부담…본사서 막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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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이 주도한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사업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1년 가까이 사실상 단독 협상을 이어온 카카오페이가 최근 본사 차원에서 인수 중단을 결정하면서다. 카카오그룹 내부의 투자 전략 변경이 막판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신세계그룹은 쓱페이(SSG페이) 및 지마켓 스마일페이 인수 협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는 올 초부터 사실상 유일한 원매자로 협상에 나섰으며, 내부 실사와 세부 조건 조율 등을 거쳐 최종 가격 제안까지 마친 상태였다.
카카오페이는 네이버페이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이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과의 시너지를 확보하려 했었다. 다만 쓱페이 가입자와의 중복성 및 데이터 연계 관련 법적 허들 등 현실적인 장벽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통합한 법인의 기업가치를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협상 초반 절반 수준의 가격을 제안했으며, 이후 최종 단계에서는 70~80% 수준까지 조율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인수 종결을 앞두고 카카오 본사 차원에서 딜을 철회하면서 거래는 막판에 틀어졌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투자 우선순위 조정 과정에서 본 거래의 우선도가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 무산이 신세계의 계열분리 및 자금 재배치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SG닷컴의 지분 구조는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보유 중으로, 양측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한쪽의 지분 매각 또는 인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마트 측의 추가 지분 확보 시 쓱페이 매각대금이 활용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했으나, 딜 무산으로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신세계는 향후 간편결제 사업을 독립 운영하며 추가 매각 또는 전략적 투자 유치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선순위에서 밀린 기존 원매자들이 다시 협상장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측은 "카카오페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해왔으나, 각 사의 전략 방향성이 달라져 논의를 종료했다"며 "밸류에이션 등 주요 조건에 이견은 없었고, 쓱페이의 전문성과 독자 성장을 바탕으로 커머스-페이 연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