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직개편 막판 수싸움…금감원은 '로비전', 금융위는 '침묵'
입력 2025.07.21 07:00
    늦어지는 금융당국 조직개편 윤곽
    금감원은 적극적 의견 개진 반면
    금융위는 본업 집중·대외 발언 자제
    한은까지 참전…막판까지 수싸움 '치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최종 조율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당사자인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대응 방식이 엇갈리고 있다. 개편 방향이 사실상 '금융위 해체-금감원 분리'로 가닥 잡힌 상황에서, 금감원은 국회 설득전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반면, 금융위는 사실상 '침묵 전략'을 택한 모양새다.

      16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운영위원회 정부조직개편TF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원은 감독 기능을 중심으로 분리·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 구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지난주 윤곽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기관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정은 다소 미뤄진 상태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는 "큰 틀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한주 국정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준비한 내용을 대통령실에서 같이 검토했고, 큰 틀에서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박홍근 국정위 기획분과장 역시 "최종적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본 방향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연설 등에서 발표했던 내용"이라며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나 금융 이분화, 기재부와 금융위로 나뉘어 있는 문제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직 통폐합 및 분리는 불가피해진 가운데, 권한을 조금이라도 더 지켜내기 위한 각 기관의 막판 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조직개편 실무 논의가 막판에 접어든 지난주, 금감원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방문해 개편 관련 설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되, 조직을 금감원 내에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특히, 이미 금감원 분리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실까지 일일이 접촉하며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노조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외부로 분리하기보다, 금감원 내부에서 기능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해법"이라며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로비 활동을 두고,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열심히 설명하긴 했지만, 이미 방향이 정해진 상태에서 뒤집을 만큼의 논리는 아니었다”며 “오히려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위는 금감원과 달리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나 국회 접촉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새 정부의 금융 정책인 배드뱅크와 가계대출 규제 등 당면한 과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금융위의 '침묵'이 곧 체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자칫 외부에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금융위 역시 물밑에선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국정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책임자인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위 안팎으로 조직 존속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조직 개편과 관련한 최종 발표 시점은 이르면 이달 말로 관측된다. 큰 틀은 정해졌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율 가능성이 열려 있어, 마지막까지 각 부처별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은행까지 권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금융위는 자칫 조직이 공중분해될 수 있어 피해가 가장 클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의 행보는 가장 조용하다"라며 "본업에 충실하면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이 오히려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어, 인수위도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